지난 7월 말 태풍과 홍수가 북한 전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힘들어하던 북한 동포들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북한 당국도 이번 태풍과 집중호우로 169명이 사망하고 144명이 부상했으며 400여 명이 실종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희생자들에게 명복을 빌면서 북녘 동포들이 하루빨리 피해를 복구하기를 기원합니다.
북한 당국도 피해 극복에 적극 나서는 모양입니다. 전국 각지의 홍수 복구사업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 직접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8월 2일 유엔은 북한이 식량과 연료, 의약품과 식수를 우선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 즉 WFP는 336톤의 긴급 식량지원을 결정했고, 국제적십자연맹도 30만 달러의 특별예산을 책정했으며, 유니세프는 식수와 위생도구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피해를 당한 북한 동포들을 돕자는 뜨거운 인류애의 불꽃이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동포들도 세계가 북한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항상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념도 정치도 체제도 다 떠나서 결국에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과 삶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맘때면 제 칼럼에서 연중행사처럼 다루는 주제가 북한의 홍수피해입니다. 매년 북한이 극심한 큰물 피해를 겪고 그런 사실이 국제적으로 다 알려지기 때문이지요. 한 두 번도 아니고 해마다 똑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북한 동포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평양의 지도층이 정책을 잘못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당면한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경제 대개혁이 필요합니다. 도로, 철도, 수로를 다시 놓고 농토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산림녹화사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선 산의 나무가 빗물을 빨아들이도록 하고, 그래도 넘쳐나는 물은 수로를 정비해서 하천으로, 바다로 빠져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저기 댐도 건설해야 하고, 발전소도 더 세워야 합니다.
이런 경제 대개혁을 위해서는 지도층이 장기적인 안목과 경제적인 식견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북한에게 필요한 것이 핵무기나 미사일이 아닌 것입니다. 북한 지도자는 군부대를 방문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현장을 다녀야 합니다. 남한과 미국이 북한 사람들을 납치했다는 어불성설을 늘어놓을 때도 아니죠. 또한 더 이상 김씨 일가의 동상을 세우는 데 나라 재정을 탕진해서도 안됩니다. 죽은 사람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 산 사람의 입에 풀칠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변화는 북한 지도층이 진정으로 평범한 인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