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질풍노도와 같은 시민혁명의 힘에 의해 붕괴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5일 동부 벵가지에서 저항의 불길이 타오른 후 187일 만인 8월 21일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가다피의 요새가 반정부시민군의 공격으로 함락되었습니다. 가다피와 가족은 그의 고향으로 패퇴했다고 합니다.
가디피의 몰락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으며, 전쟁에서 죽거나 아니면 제3국으로 도피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도피를 한다면 국제형사재판소, 즉 ICC에 기소되어 있는 가디피로서는 이 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또는 쿠바로 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가디피는 올해 69세로서 육군대위이던 1969년 쿠데타로 집권했습니다. 42년째 독재의 아성을 구축한 가디피보다 장수한 세기의 독재자는 단 두 명뿐으로, 쿠바의 카스트로가 49년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이 46년 권좌에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씨 일가와 리비아의 가다피 일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먼저 두 집안 모두 피를 부르는 철권통치로 국민을 억압하면서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가디피는 1993년 자신을 암살하려던 군부대를 전투기를 동원해서 공격했고, 1996년에는 정치범 1,200명을 학살했습니다. 북한도 김씨 일가에 반대하는 수십만의 정치범들이 고초를 겪고 있고, 1996년 쿠데타를 모의한 청진의 '6군단 사건'에 연루된 40여 명의 군관들을 처형한 바 있습니다.
대를 이어 세습을 하며 정권을 놓지 않는 점도 같습니다. 북한은 세계 초유의 3대 세습을 자행했고, 가디피 역시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아 세습체제를 구축해왔습니다. 서방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일삼은 점도 똑 같습니다. 가다피는 1980년대에 서베를린 나이트클럽과 미국 민항기를 폭파했고, 북한도 대한항공기 폭파,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 등을 자행했습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가디피를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렀는데,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도 북한 정권을 미친개로 묘사하며 '미친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가디피와 김정일 모두 자신의 관저 지하에 두더지처럼 굴을 파서 유사시 도주할 수 있는 비밀통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리비아 시민군이 가디피 일가를 체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햇볕을 가리는 검은 안경을 즐겨 쓴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가다피는 자신의 미래가 너무 밝아서 가리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만, 김정일은 무슨 이유에서 색안경을 쓰는지 남한 동포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서구식 양복도 아닌 우중충한 인민복에 색안경은 어울리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추락하는 가디피의 말로를 보면서 우리는 북한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북한 정권에게 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북한 지도부가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깨달아야만 그 시간도 북한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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