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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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8월 29일부터 9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에 선수 1명과 임원 23명 등 모두 2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는데, 이는 1960년 이태리 로마에서 장애인올림픽이 시작된 후 52년 만의 일입니다. 남한은 13개 종목에 149명의 선수단을 파견했고, 지난 2008년 베이징에서 거뒀던 것과 비슷하게 금메달 10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금년 4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 잠정 회원으로 가입했고, 지난 7월 베를린 국제수영대회에서 임주성 선수가 출전기회를 얻었다고 합니다. ‘장군님이 계신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면서 평양 근처에는 장애인들이 얼씬도 못하게 하는 북한이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거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섣부른 기대일까요?

우리 주변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분들도 있고, 생활하면서 사고를 당해 장애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 나라가 선진국인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바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의 정도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인권이 보장되고 잘 사는 나라일수록 장애인 한 분 한 분에 대해 국가가 세심하게 돌보는 사회보장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에도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각종 사회보장 제도를 통해 장애인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에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고, 시내버스도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사회적인 편의를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하면서 말이지요.

북한이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은 그동안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았던 진실, 즉 북한에 장애인이 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데, 이런 변화가 지도층의 얕은 속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바뀌기 위한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이분희 선수의 모습이 남한 일간지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분희 선수는 지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 선수와 단일팀을 이뤄 금메달을 따냈었지요. 올 초에 남한에서는 이 대회를 소재로 만든 ‘코리아’라는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이분희 선수의 사진과 함께 게재된 북한 선수단의 밝게 웃는 활달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남과 북이 하나 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런던 대회에서 북한의 임주성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우리 민족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주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