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한의 유력 일간지에 '대북지원의 대상은 북한 주민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글의 주인공은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내고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로 있는 한승주 교수입니다. 남한이 북한에게 많은 지원을 한다 해도 북한 정권의 도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북한 동포의 고통을 덜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요지의 글입니다.
한 교수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빌리 브란트 전 총리 일행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서독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한 교수의 질문에 서독 사람들은 동독을 소련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고, 동독 주민의 자유를 신장하면서 동서독 간의 인적교류를 확대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한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남한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이 이런 지원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북한 동포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몇 가지 예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우리 동포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둘째, 이산가족 교류와 서신 교환 등을 통해서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셋째, 북한 동포들에게 남한의 발전상을 알리고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을 높이면서 미래에 '우리도 남한사람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한 교수는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북한 정권의 나쁜 행태를 염두에 두고 한 가지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나 현금을 주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 세계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한 교수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모두 김정일 금고로 들어가기 때문에 김정일 일가를 배불리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국제사회는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겁니다. 일부 북한 동포들이 입는 피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경제제재는 북한 정권을 단속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서 양국간의 모든 수출입과 대북 신규투자, 금융서비스 및 기술정보의 제공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 선박과 항공기의 캐나다 기착도 금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허용했습니다. 바로 대북 지원의 대상이 북한 주민이라는 사실을 캐나다 정부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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