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 이란・미국 중 하나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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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근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참석차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바쁜 외교일정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김영남 개인의 행보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바로 북한과 이란이 과학‧기술 및 교육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협정에는 학생 교환 프로그램과 에너지, 환경, 농업, 식량 분야의 공동연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평범한 일원들이 이런 협정을 체결한다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이란과 북한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이자 이단자로 낙인찍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국의 과학기술협정 체결 소식은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국제사회를 철저하게 속이면서 핵무기를 개발했고, 이제는 미국의 적대정책을 이유로 들면서 핵보유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이란 역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는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숨기다가 들통이 나는 것은 모두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프로그램과 시설들입니다.

북한과 이란이 체결한 과학기술협정을 한 꺼풀 벗기면 바로 무기개발협정일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우주의 평화적인 이용을 구실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할 것이고,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핑계로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미국에 맞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공조와 협력도 중요한 합의사항중 하나일 것입니다. 김영남이 이란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는 데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특히 군사협력 부분에서 찰떡같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8월 말 또 다시 미국을 탓하는 외무성 비망록을 발표했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미국이고,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미국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핵의 앞날은 미국에 달려있다는 얘기인데, 이처럼 비자주적이고 비주체적인 사고방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이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국에게 대화의 손짓을 하는 북한에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는 충고를 하고 싶습니다. 북한이 서로 앙숙이고 견원지간과 같은 이란과 미국을 모두 끌어안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과거 냉전시대에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을 오가며 양다리 외교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봤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며,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도 같은 재미를 보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이는 꿈일 뿐, 빨리 깨는 것이 북한에게 이롭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그런 양다리 외교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이어 오바마 민주당 후보도 지금보다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천명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