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미국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01년 9월 11일 빈 라덴의 사주를 받은 테러범들이 민항기를 납치해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과 미국 안보의 본산지인 국방부 건물에 자폭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테러가 일어날 날짜를 따서 9/11 테러라고 하는 이 사건은 미 본토가 외침을 받아 수 천 명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를 조종한 빈 라덴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빈 라덴을 끈질기게 추적했고, 마침내 금년 5월 파키스탄에 있던 그의 은신처를 급습해서 사살했습니다. 미국을 공격한 적은 반드시 찾아내어 응징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겁니다.
모두 19명의 테러범들이 동원된 9/11 테러는 가장 원시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한 사건이었습니다. 평범한 승객으로 가장해서 비행기에 탑승한 테러범들은 비행기가 이륙하자 칼과 가위 등으로 여승무원과 조종사를 살해하고, 스스로 비행기를 조종해서 쌍둥이 빌딩과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습니다. 가히 그 규모와 자인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뉴욕이 국제도시인 만큼 테러에 희생된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했는데, 남한 국민과 재미 교포들도 다수 희생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고, 남한의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공항에는 테러에 대비한 검문검색이 일상화되었으며 입국절차도 까다로워졌습니다. 국제사회 전체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남한처럼 테러에 시달린 나라도 없을 겁니다. 분단 이후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무력도발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큰 사건만 몇 가지 들면, 1968년 31명의 무장공비가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를 습격했고, 나중에 김일성은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1987년에는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서 대한항공기를 폭파했는데, 이를 계기로 미국은 북한을 2008년까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작년에 발생한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도 군사도발이자 테러행위입니다.
빈 라덴은 사망했지만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종교원리주의자, 민족분리주의자 등이 테러를 일삼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러시아는 체첸반군의 테러를, 중국은 신장 자치구의 테러를 걱정하는 등 테러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섣불리 테러를 할 수 없는 국제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에 의한 핵테러를 걱정합니다. 북한 자체가 테러 감행국일 뿐 아니라 이란, 시리아 등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3월 하순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수 십 개국의 정상들도 북한에 의한 핵테러 가능성을 중요한 문제로 다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