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고인민회의 12기 6차 회의를 열고 교육제도를 정비했습니다. 현재의 11년 의무교육 기간을 12년으로 1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령도 채택했습니다. 지난 1972년에 시작된 11년 의무교육 제도를 바꾼 것이니 만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새 교육제도는 소학교 입학전 1년, 소학교 5년, 초급과 고급 중학교 각각 3년으로 구성됩니다. 외형상으로는 남한의 교육제도와 비슷하군요. 남한에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합쳐 12년으로 되어 있지요. 남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는 보통 만으로 일곱 살인데, 많은 가정에서 그 이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냅니다. 부부가 직장에 나가는 맞벌이 가정은 물론 일반 주부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풍토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제도를 공표한 법령은 서문에서 교육 사업이 나라의 흥망과 민족의 장래를 좌우하는 근본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백번 지당한 말이고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입니다. 부모는 못 입고 못 먹어도 자식은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교육시키려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입니다. 암흑 같던 일제 치하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후진양성에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민족의 자본으로 혹은 서양의 힘을 빌려 각종 교육기관을 세웠습니다.
남한의 경우,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운 고려대학교와 서양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연세대학교가 사학의 쌍벽을 이루는 명문으로 성장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해외로 이민을 간 우리 동포들도 현지에서 투철한 교육열정을 발휘해서 자식들을 성공시키는 많은 감동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교육열이 대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우리민족 역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번에 교육에 대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이 잘 지켜지길 바랍니다. 북한의 청소년 세대는 민족 통일의 주인공으로서 남한의 청소년들과 함께 통일시대를 열어갈 당사자들입니다. 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질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은 남한에게도 중요한 일이지요. 이런 점에서,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된다면 북한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용품과 실험자재 등을 남한이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북한 법령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각급 인민보안과 검찰 기관들이 교원과 학생들을 무질서하게 동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학생들이 수시로 노동현장에 동원되는 조건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는 만큼, 이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북한의 자라나는 세대가 꿈과 희망을 펼 수 있는 교육을 받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