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동북3성이라고 하는 데, 우리민족의 역사적인 유적도 많고 지금도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구 4천 3백만의 요녕성만 하더라도 조선족 동포가 25만이나 된다고 합니다. 길림성의 연길시는 가장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동북3성은 한·중 수교 이후 남한과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입니다. 교역 규모 면에서는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예를 들어, 2010년 남한과 요녕성간의 교역 총액만 해도 65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남한과 중국간의 전체 교역액의 3.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요녕성에 거주하는 남한 교민수도 55,000명에 이르고, 투자기업의 수도 3,900여개에 달합니다. 요녕성은 남한의 경기도와, 길림성은 강원도와, 흑룡강성은 충청북도와 각각 자매결연을 맺었고, 수십 개의 도시들 간에도 자매결연을 맺어서 긴밀한 왕래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중국간의 교류·협력에 가교 역할을 한 주역이 바로 조선족 동포들입니다. 남한의 기업인들이 중국말이 서툴던 초기에 한국어과 중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조선족 동포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조선족 동포들이 중국에 진출한 남한 기업에서 많이 근무합니다. 또 많은 조선족 기업가들이 남한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에 성공해서 굴지의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남북분단 이후 오랫동안 북한만 접해오다가 한·중 수교 이후 남한을 접촉하면서 조선족 동포들은 남과 북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남한이 있기에 우리들이 중국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산다"고 말합니다. 중국에 50개의 소수민족이 있지만 오직 조선족만이 "남한"이라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설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소도 기댈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조선족 동포들에게는 남한이 그들이 의지하고 기댈 언덕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지금 남한에 들어와서 생업에 종사하는 50만 중국동포들도 같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1년만 거주할 수 있는 단기비자를 받아 온 동포들도 남한에 들어와서 좋은 환경에 살면서 돈을 벌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남한에서 고생하며 돈을 모은 동포들은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큰 장사를 하며 부를 늘려가면서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자랑스럽고 기대고 싶은 조국이 바로 남한이라는 사실은 남과 북의 체제경쟁이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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