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남한이 사수해야 할 북방한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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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최근 들어 '북방한계선', 즉 NLL에서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NLL을 둘러싼 북한의 시비와 도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9월 하순에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평양의 지도부가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12월에 있을 남한의 대통령 선거판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북한의 대남도발 양상을 보면 유독 서해의 NLL 인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999년 제1차 서해교전을 시작으로 2010년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해에서 발생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육지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이 옛날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간첩과 공비들이 수시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지만 요즘은 남한의 철통같은 보안과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한 감시망을 피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쉬운 말로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서해에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전체제를 뒤집어엎겠다는 북한의 전략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정전체제를 없애는 데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핵폐기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먼저 바꿔야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전체제가 없어지는 순간 남한의 미군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 북한의 카드인 셈이지요. 미군이 없는 남한은 훨씬 요리하기가 쉽다는 북한군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북방한계선, 즉 NLL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날강도 같은 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 스스로가 이 선을 잘 지켜왔었습니다. 정전협정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의 다섯 개 섬을 남한의 관할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해상분계선을 별도로 긋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유엔군 사령군이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서 NLL을 설정하고 북측에 통보했고, 북한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84년에 남한에 수해물자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선을 NLL에 대기시켰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도 쌍방이 새로운 합의를 하기 전까지 NLL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합의한 소위 10‧4 선언도 NLL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남북이 수산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남한은 지금 동해의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외교적으로 거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남한은 우리 땅을 한 치도 일본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남한의 입장에서, 동해에 독도가 있다면 서해에는 NLL이 있습니다. NLL 역시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할 線인 것입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더 이상 NLL을 갖고 시비를 벌이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