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남한 대학생들의 대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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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학기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북한 문제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일부 대학교에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북한학과가 있지만, 이런 학과가 없는 대학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아서 북한학 강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한의 학기는 1학기가 3월에서 7월, 2학기가 9월에서 12월까지로 되어 있는데, 2학기에 '북한학'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강의를 하는 겁니다.

제 강의는 교양강좌로서 학년이나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북한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의 200명에 가까운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데, 법학이나 정치학 뿐 아니라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영화예술, 의상디자인 등 전공분야도 다양합니다. 이 강좌를 개설한 대학교에서는 강좌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공산체제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총체적인 이해를 증진시키는 교양과목이며, 우리민족의 통일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에 대한 설명과 민족 통일문제에 대한 토론으로 구성된다."

강의를 시작한 첫날 저는 학생들에게 "북한이란 말을 들으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학생들의 답변은 '독재', '굶주림', '군사', '정치범수용소', '인권', '김정일' 등이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긍정적인 단어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남한에는 소위 '386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60년대 생으로서 80년대에 대학에 입학해서 이 말이 생긴 90년대에 30대였던 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반정부시위로 유명한 이 세대의 많은 수가 진보정치권에 몸을 담았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을 386 세대에게 던지면 그들은 '평화', '화해', '협력', '민족', '반미'로 답했을 겁니다. 이제는 중년에 접어든 남한의 386세대와 지금 20대의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남한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서 남한의 젊은이들이 상당히 보수화되었고, 북한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386세대에 비해서 훨씬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남한 정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교육을 시킨 것도 아닌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에 대해 교육계의 관계자들도 의아해 합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정권에 대한 남한 젊은이들의 의식변화가 시대의 흐름이자 역사의 조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한테 배워서가 아니라 성년으로 자라면서 국제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립된 엄정한 대북관점인 것입니다. 북한의 집요한 대남선전선동과 감언이설이 이제 남한의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엊그제 강의에서 북한이 왜 중국식의 개혁·개방을 못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학생들은 부자세습체제이고, 체제불안과 흡수통일을 걱정하며,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정확히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