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거대한 동상의 전시장이 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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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동상 제막식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최고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고, 김정은의 연설과 인민군의 분열행진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북한의 동상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에는 크고 작은 동상이 38,000개나 된다고 합니다. 모두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들입니다. 북한이 김씨 가족 동상의 전시장이 된 셈이지요. 동상뿐이 아닙니다. 산세가 수려해서 금수강산이란 이름까지 얻은 북한의 명승지 곳곳에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북한 땅 전체가 김씨 일가의 선전장이 된 것입니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 당국은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건립하고 초상화를 교체하며 능라유원지를 건설하는 데 3억 3천만 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북한 동포 전체가 넉 달 정도 먹을 수 있는 옥수수 110만 톤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젊은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우상화해서 자신의 권위를 찾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북한 동포들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동상을 세우면서 시멘트, 물자, 돈, 등을 학교와 주민들로부터 걷어 간다고 합니다.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세우는데 쓰겠다니 주민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순순히 내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김일성 부자의 동상은 가장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 동상을 세우느라 물자 빼앗기고 좋은 자리 빼앗기니 산 사람이 고생을 하는 겪입니다.

저는 오래 전에 금강산에 갔다가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큰 글씨가 바위에 새겨진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었습니다. 우리의 산과 들, 계곡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한반도 땅에 살면서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빛나는 유산입니다. 잠깐 머물렀다 가는 정권이 훼손해서는 안되는 우리의 보물인 것입니다. 단군 이래 어떤 왕조도 우리의 산과 계곡에 상처를 내지 않았었는데, 북한 정권은 무슨 권리로 우리의 산하를 훼손하고 있는 겁니까?

동상을 세우고 정치구호를 남발하는 것은 21세기 대명천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과거에 소련도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을 많이 세웠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흉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북한 당국이 ‘동상정치’에서 손을 떼어야만 북한에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