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이란 핵개발 보고서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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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거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입니다. 이란 정부는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심지어는 러시아까지 나서서 이란이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도 하고 제재도 했습니다.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고, 이란을 제재하는 유엔결의안을 채택하기도 어려웠으며, 채택된다고 해도 실천하는 데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가 지난 11월 8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IAEA 사무총장은 사찰관들이 천 페이지가 넘는 각종 문서를 입수해서 분석했고, 10개국 이상으로부터 정보협조를 받았으며, 이란을 도와준 외국인들과 인터뷰도 하는 등 이란의 핵개발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IAEA는 이란의 핵개발 가능성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이란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 IAEA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IAEA가 이란의 핵개발 가능성을 인정하고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문건으로서 앞으로 이란 핵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될 즈음에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이 세계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예를 들어,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고, 군사적 공격 가능성이 외교적 수단보다 더 근접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 핵문제의 불똥이 한반도로까지 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핵개발 협력을 한다는 의혹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란이 하는 행동을 보면 북한의 과거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평화적인 목적의 원자력 이용으로 위장하고 국제사회를 속이는 행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IAEA가 이란의 핵개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앞으로 이란에 대한 핵개발 포기 압박과 제재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고, 이란의 핵개발을 돕는 나라로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특히 북한과 같이 이미 권총 한 자루도 수출할 수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더 혹독한 추가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북한정권에게는 자신들의 핵개발 뿐 아니라 핵확산까지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2012년은 강성대국의 원년이 아니라 강한 제재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