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호주를 방문 중인 그는 11월 17일 호주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나라와 테러집단에 이전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이 핵확산을 자행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우방국의 하나인 호주에서 그리고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에서 북한이란 나라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핵확산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향후 대응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연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에 대한 걱정거리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호주에서 북한의 핵확산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핵기술과 핵물질을 다른 나라와 공유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구체적인 증거도 확보된 바 있습니다. 2007년 9월 6일 시리아의 사막 오지에 비밀리에 건설하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원자로는 북한이 지어준 것이었습니다.
당시 시리아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다수의 북한 기술자와 근로자들이 사망했습니다. 양국의 원자력 책임자가 공사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서 영변 5MW 원자로와 시리아 원자로의 내부를 비교한 사진 등 많은 증거가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도 시리아에 핵확산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한창이던 2007년 가을 김계관 부상은 북한과 시리아 협력설은 "미친개들이 지어 낸 얘기"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사실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가 이란이 국제사회를 속이며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이란과 북한 사이의 핵협력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번 논평에서 저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고 그 불똥이 북한으로 튈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호주 의회 연설은 이란 핵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란 핵의 불똥이 북한으로 튀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향후 대북한 정책입니다.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암살과 선제공격도 서슴치 않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1981년 이라크 후세인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 선제공격을 했고, 2007년 시리아 핵시설 공격에 대해 보복을 다짐한 친시리아 인사들도 암살한 바 있습니다. 자국에 대한 위협을 삶과 죽음의 문제로 인식하는 이스라엘, 구약성경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씀을 따라 무자비한 보복을 서슴치 않는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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