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손꼽히는 국가를 들자면 중동에서 시리아와 리비아, 아시아에서 북한과 버마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단골로 등장했던 쿠바는 카스트로가 그의 동생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많은 변화를 가져오면서 고립된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을 위하는 변화를 선택한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한 쿠바 국민들에게는 큰 행운인 셈이죠.
쿠바와 달리 중동에서는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국민들의 저항을 무력으로 짓밟다가 시민군들에게 무참히 살해되었고, 그의 자식들은 해외로 망명하거나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세기의 독재자가 하루 아침에 몰락하고 패가망신한 것입니다. 시리아에서 민중의 요구를 힘으로 억누르고 있는 아사드의 운명 역시 그야말로 풍전등화입니다. 아랍연맹의 친구들까지 등을 돌리고 아사드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시리아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버마가 평화적인 변화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버마는 1962년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독재와 인권탄압을 자행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던 나라입니다. 버마의 반정부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독재에 항거하고 보통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마의 독재정권 역시 개인의 자유와 인권 신장을 목표로 오늘날 지구 전역을 휩쓸고 있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2007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시작되었고, 이에 굴복해서, 군사정권은 가택에 연금되어있던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치적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2011년에는 버마 국민들이 민간인 대통령을 처음으로 선출했고, 새 대통령은 정치범을 석방하고 언론 통제를 완화하는 등 민주화를 위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버마의 민주화 노력에 국제사회도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과거 군사독재국가라는 이유로 아세안 순회의장국 지위마저 박탈당했으나 금년에는 정정당당하게 순회의장국으로 승인되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11월 30일 미국의 국무장관이 56년 만에 처음으로 버마를 방문했고, 버마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과 버마의 관계개선은 북한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입니다. 북한과 버마 간의 비밀 군사협력 실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제사회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립국가는 북한뿐인 것 같습니다. 독재와 인권탄압을 같이 하면서 동지애를 다졌던 나라들이 지구상에서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북한 정권은 내심 무척이나 초조하고 불안하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북한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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