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의 우리 동포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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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북한이 처한 지금의 형국은 마치 돛단배 한 척이 안개가 자욱이 낀 바다를 향해 불안한 항해의 길에 들어선 것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혹독한 독재체제를 구축해서 37년간 철권통치를 해 온 김정일의 사망은 그 자체로 북한 급변사태의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이자 한반도의 격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입니다. 우리 민족이 분단 이후 최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김정일 사후의 북한 정권은 17년 전 김일성 사망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많은 악재에 직면에 했습니다. 첫째, 가중되는 경제난입니다. 연이은 자연재해와 핵개발로 인한 국제제재, 사회주의의 왜곡된 경제구조와 경제정책의 실패 등이 맞물려서 북한경제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세습정권의 정당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둘째, 권력세습의 기반이 훨씬 약합니다. 김정은은 세습권력을 확고하게 굳힐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과 경륜을 갖지 못했습니다. 김정일은 1974년에 후계자로 내정된 후 1997년 9월 당 총비서에 추대되기까지 23년간 권력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이듬해인 2009년 1월에 후계자로 내정되고, 2010년 9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을 뿐입니다.

셋째,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훨씬 많이 일깨워졌습니다. 김일성 사망 시에는 독재에 세뇌된 동포들이 외부세계의 사정을 알 수 있는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소식들이 세상물정에 깜깜했던 동포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습니다. 남한의 문화가 북한 구석구석에 스며들었고,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주민들이 많아졌습니다. 당국이 뭐라던 내 살길을 내가 찾겠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고, 체제에 대한 백성들의 이런 불신은 사회적으로 저항과 변화의 싹이 텄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 정권이 당장은 '김정은판 유훈통치'를 바탕으로 안정을 되찾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팎에서 가중되는 변화의 압력을 견뎌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2011년은 지구상의 독재자들이 청소되는 한 해인 모양입니다. 연 초에 재스민 혁명의 불을 지핀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가디피, 그리고 김정일까지 모두 여섯 명의 독재자가 권좌에서 쫒겨나거나 사망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겐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 즉 우리 동포들이 희망입니다. 우리 동포들이 정권의 종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으로 거듭날 때, 남과 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도, 평화적인 통일도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