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북이 숨겨둔 비자금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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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최소한 40억 달러, 남한 돈으로 4조 5천억 원 정도의 비자금을 넘겨받았을 것이라고 지난 4월 중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 돈은 대부분 비밀은행의 명가인 스위스와 룩셈부르크의 은행비밀계좌에 분산되어 있고, 최근에는 중국의 여러 은행에도 분산해서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4월 하순에는 김정은과 그의 가족이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의 비밀계좌에 최소한 10억 달러의 비자금을 숨겨놓았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현재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의거해서 북한의 핵개발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비자금 은익 보도는 이렇게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나왔습니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 30여 개 국가로부터 14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데, 나라는 빚더미에 내몰리고 백성들은 힘들어 하는데 지도자만 부자인 셈입니다.

다만 세상에 떳떳하게 드러내 놓을 수 없는 더러운 돈방석 위에 앉아있는 셈이지요.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은 선대인 김일성 때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세습과 부의 세습이 같이 진행된 것이지요. 비자금에는 무기수출, 위조지폐, 마약거래 등 불법 활동으로 번 돈뿐 아니라 해외 식당운영과 노동자파견 등 북한 동포들의 땀의 대가로 벌어들인 돈도 상당부분 있을 겁니다.

물론 비자금 조성이 지구상에서 북한에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독재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는 반드시 비자금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2년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아랍의 봄' 민주화혁명 당시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의 국민들은 새로 들어선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의 수뇌와 그 하수인들이 부정 축재한 돈을 각 가정에 골고루 나눠줄 것이라는 소문에 흥분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 영국의 저명한 주간지가 북한 정권이 중국 상해의 은행에 비자금 계좌를 갖고 있고 중국 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지만 아직 건들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주간지가 최신호에서 몰락한 독재정권의 은익재산을 찾아 본국에 돌려주는 국제사회의 운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독재자의 비자금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이 속한 나라들이 '유엔 반부패협약'에 의거해서 자국에서 파악된 비자금을 독재자의 모국 정부에 되돌려주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리비아의 독재자 가다피의 해외은익재산 36억 달러가 리비아 새 정부로 환수되었고, 튀니지의 전 대통령인 벤 알리의 재산 2900만 달러도 레바논으로부터 환수되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 정권의 비자금 운명이 관심거리입니다. 중동의 독재국가처럼 정권이 몰락한 후에 환수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경제개발과 인민생활 향상의 종자돈으로 쓰일 수도 있을 텐데, 후자의 경우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점에 있어서는 남이나 북이나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