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더 이상 안 먹히는 북의 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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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전개하던 핵외교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듯합니다. 한편으로 핵개발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핵폐기를 미끼로 얻어내던 핵외교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국제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북한이 시작한 일련의 외교적 시도가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무산되거나 일축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는 중국 지도부의 냉담한 태도에 당황했을 겁니다.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진핑 주석의 강경한 태도에 북한은 6자회담 등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해야만 했습니다. 6월초 남한과의 당국대화를 시도했지만,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이 가능하다는 남한 정부의 의지에 막혔습니다.

6월 16일에는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중대담화를 발표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을 미국 정부에 제의했습니다. 친절하게 회담 장소와 날짜를 미국에 일임하기까지 했습니다만, 미국 측에서 돌아온 반응도 역시 싸늘했습니다. 북한이 핵포기를 위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먼저 보이라는 겁니다. 새로운 회담을 하기 전에 이미 약속한 사항을 먼저 실천하라는 요구인 것입니다. 워싱턴에 발도 디밀지 못하고 문전에서 박대당한 모양새입니다.

6월 19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서 소위 전략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북·중 두 나라 사이에 전략대화라는 용어를 쓴 것은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남한이 전개하고 있는 중국, 미국과의 3자 전략대화를 염두에 두고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한 달여 사이에 북한 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뭔가에 쫒기는 듯 한 조급함 그 자체입니다. 일관성도 없고 제대로 된 전략도 없어 보입니다.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협박을 일삼다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서 대화하자고 하면 남한이나 미국이 고마워하면서 선뜻 응할 것으로 북한 당국이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입니다.

도발과 협상을 반복하는 북한식의 핵외교는 그 효용성이 이미 끝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인간사에서도 같은 수법을 반복해서 써먹으면 상대방도 다 알게 되는 것 아닙니까? 이제 북한이야말로 지난 20년간 잘 써먹었던 핵외교 카드가 용도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