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는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한·미 합동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남한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매년 몇 차례씩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데, '을지프리덤가디언'도 그 일환의 하나입니다.
북한당국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서 이 훈련이 북침을 위한 전쟁연습이며 앞에서는 평화를 얘기하고 뒤에서는 칼을 가는 호전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또 한·미 훈련이 평화를 바라는 북한 동포와 세계 시민들에 대한 전면 도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전면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른다면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의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군사훈련을 미국과 공조한 북침용이라고 매도하면서 공갈협박을 일삼는 것입니다.
남한의 군사훈련은 북침용이지만 자기들의 군사훈련과 핵개발, 미사일 개발은 자위용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당국의 전형적인 아전인수 논법입니다. 모든 것을 자기들이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이런 행태는 북한 동포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남북간에 대결의식을 부추겨서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술수에 불과할 뿐이며,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는 없습니다. 핵을 개발해놓고서 최고위 군사당국자가 전쟁이 나면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을 코앞에 두고서 군사적인 대비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나라가 이상한 나라이지 않겠습니까?
북한 동포여러분, 남한의 군사훈련은 전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의 훈련입니다.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북한이 6·25 전쟁처럼 또 다시 남침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훈련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훈련이 방어적인 성격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훈련이 개최될 때마다 북한의 군사고문단을 초청해서 참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북한이 남한의 제의를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과거 냉전시대에 유럽에서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두 진영이 군사훈련을 할 때 사전에 통보하고, 중요한 훈련은 상호 참관을 하도록 해서 쌍방 간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없애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소위 군사적인 신뢰구축을 통해서 서서히 믿음을 가진 두 진영은 마침내 군사력을 감축하는 군축협정을 체결하고 냉전의 종식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실 남북 간에도 이런 유럽의 경험을 원용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1990년대 초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부속합의서가 그것입니다. 당시 양측은 주요 군사훈련과 부대이동에 대해서 사전에 통보하고 참관을 하도록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세부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핵개발 사실이 밝혀지면서 협상이 깨진 바 있습니다. 이제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복원해서 군사적인 신뢰를 쌓아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상호 불신과 적대감이기 때문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