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국제사회 틀 밖으로 버려진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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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서울에서는 오늘날 국제사회가 당면한 핵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큰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서울에 주재하는 주요국 대사들과 저명한 학자들이 국제사회 공동의 적으로 부상한 핵무기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시다시피, 2012년 서울에서는 전 세계 수 십 개 나라의 국가수반들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이번 국제회의는 그 준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하지만, 강성대국의 문은커녕 설계도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국제적인 웃음거리인 3대 세습에다 경제개발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데 무슨 수로 강한 북한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과거에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어느 정도 재미를 봤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다 낡아빠진 허수로 전락한 지 오래이고, 오히려 제재만 자초할 뿐입니다.

북한이 호언장담하는 2012년에 남한에서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뿌리내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인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게 됩니다. 지난 4월 미국의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 47개국 국가대표들이 참석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국가수반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릴 제2차 회의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국가정상들이 참여하게 될 테니, 명실상부하게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의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주요 관심사는 역시 북한이었습니다. 회의의 큰 논의가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모아졌습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과 같이 국제규범과 약속을 무시하고 핵을 개발한 나라를 소위, "이탈국가"라고 부릅니다. 국제사회의 상식과 질서의 틀 밖으로 버려진 나라라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을 고립된 나라라고 불렀지만, "고립"이라는 단어는 그래도 북한이 국제체제의 틀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이탈"이라는 표현에는 국제사회도 포기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부모도 포기하고 호적에서 파버린 버려진 자식과 같은 것이 오늘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처한 현실입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좌절감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호주의 한 전문가는 북한과 미얀마 사이에 비밀 핵개발 협력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미얀마에서 탈출한 과학자와 군인 등 망명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가 입수한 문서에 근거한 구체적인 주장이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얀마와 북한 사이의 핵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긴 했지만, 호주 전문가의 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번 서울 회의에서 21세기의 핵 도전을 논의하면서 국제사회는 다시 한 번 북한이야말로 세계 첫 번째의 "이탈국가"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3대 세습을 하고 강성대국을 외치고 있지만, 부모도 포기한 자식과 같은 것이 오늘날 북한의 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