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의 세 번째 서해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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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주년을 기념해서 성대한 자축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는 또 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북한 해군 경비정 한 척이 서해 해상분계선, 즉 NLL을 무단으로 침범하고 남측 경비함에 선제 사격을 가해서 교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북한 경비정이 임무를 마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한 해군이 뒤에서 발포했다는 거짓 주장으로 북한 동포들을 또 다시 속이고 있습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20분이 지나서 북한 경비정 한 척이 NLL을 넘어서자 남한 해군은 다섯 차례나 경고방송을 해서 퇴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계속 남하를 했고, 이에 대응해서 남한 해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북측에 피해가 가지 않는 경고사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남한 선박을 정면으로 조준해서 50발 정도의 선제 사격을 가했고, 남한 해군이 응사하면서 교전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의의 타격을 입은 것은 인민군 총참모부가 주장하는 남한 함정이 아니라 북한 경비정이었습니다. 북한 배는 반파되었고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서해 NLL을 무단으로 침범해서 남북간에 교전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이번 3차 도발은 김정일이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관광과 교류협력을 하자고 합의하고, 김기남 총비서가 남한에 와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부탁한 지 불과 세 달도 안되서 발생한 것이라 남한 국민과 정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대체 북한 당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분명한 것은 앞에서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악수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칼을 가는 것이 북한 정권의 본래 속성이라는 점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고, 이번 3차 서해 도발도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또 하나의 증거를 보탰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의 속내는 몇 가지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군사도발을 해서 미국 정부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술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골치 아픈 일을 벌여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계산이지요. 남한 정부를 위협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이 절실해서 자존심 다 구겨가며 대화하자고 했는데 남한 정부가 과거와 달리 섣불리 응하지 않으니까 무력을 사용한 공갈협박인 셈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전술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제 미국도 남한도 모두 북한의 술책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말려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지 않는 한 그들이 두는 모든 수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