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금강산 관광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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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자 노동신문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것을 남한에 촉구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을 "용납될 수 없는 반민족적 행위"로 규정한 이 글은 관광중단의 책임이 남한 정부에 있다며, 남한 국민들이 정부를 심판하고 관광길을 다시 열라는 선동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도배된 노동신문의 글을 보면서, 통일을 열망하는 입장에서 금강산 관광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 사업은 강원도 통천이 고향인 한 실향민의 노력으로 시작되었는데, 현대그룹을 세운 고 정주영 회장의 남북통일과 민족발전에 대한 염원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부모 몰래 소 한 마리를 훔쳐 고향을 떠난 마음의 빚을 갚고자 수 백 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면서 금강산 관광도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시작부터 북한정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남한동포들에게 금강산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북한정권만 엄청난 관광수입을 챙긴 것입니다.

개성공단과 비교할 때, 금강산 관광은 북한체제에 주는 영향도 없고 북한 동포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4만 명 이상의 북한 동포들이 월급을 받는 개성공단과 달리 금강산 관광수입은 대부분 김정일 금고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관광지가 만들어지면 우선적으로 관광지 주변이 개발되고 발전하는 것이 상식인데, 금강산은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관광수입이 어디로 들어가는 지 가늠할 수 있는 거죠. 금강산 관광을 통해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주영 회장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겁니다.

제대로 된 관광지는 한 번 가보고 좋으면 또 가고자 하는 것이 상례인데 금강산은 두 번씩 가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은 수려하고 아름답지만 관광지로서의 제반 여건이 미비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 한 이유입니다. 곳곳에 북한 감시병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남한 관광객들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감시병들에게 자기들보다 잘사는 남한 사람들을 보면서 적개심을 불태우도록 가르쳤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의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입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남북교류의 대명사이자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온 겨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북한 당국은 금강산을 남한에 개방하면서 도리어 북한 동포들을 관광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북한 동포들이 남한 관광객과 접촉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동포들의 금강산 관광 권리를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태어난 곳이 남이건 북이건 사람은 다 똑같고, 우리 겨레라면 누구나 금강산을 관광할 자격과 권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금강산 관광은 민족대결을 고취시키며 갈등을 조장하는 북한 정권의 도구였습니다. 금강산 관광길은 평화통일의 길이 아니라 분단 고착화의 멍에였던 겁니다. 강원도 지역이 평양처럼 잘 사게 되는 그날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평화통일의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