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이 국토관리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 인민문화궁전에서는 국토관리총동원운동 열성자대회가 열려서 산과 들, 거리와 마을을 잘 꾸미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합니다. 같은 날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한 김정은의 저작도 공개되었습니다.
조상이 물려주신 산하를 후손들이 잘 가꾸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북한 정권이 이런 일에 눈을 돌린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정은이 저작에서 강조한 야심찬 국토관리사업계획은 북한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합니다. 비단으로 곱게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하라는 뜻에서 그렇게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동포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지금의 북한 땅은 금수강산이란 말과는 거리가 너무 멉니다. 산은 벌거숭이이고, 농토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있으며, 마을과 도시는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대형 구조물외에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평양에 여러 건물들과 고층 아파트들이 있지만, 평양의 도시화에 대비해서 다른 지역의 낙후성이 더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평양과 지역 사이의 균형발전이란 개념 자체가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일가에 충성하는 사람들만 살 수 있는 특권의 도시인 평양에는 없는 돈을 퍼부어서 단장을 하지만,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사는 곳은 지난 수 십 년간 변화가 없는 것이 지금 북한의 현실입니다. 북한의 여러 곳을 돌아본 남한 동포들은 북한이 과거 남한의 60년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50년 이상 국토발전이 뒤처져있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개성시내를 돌아본 사람들은 시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언덕위에 있는 김일성 동상뿐이었다고 합니다. 건물이며 도로며 쓸 만 한 것이 없어서 통일이 되면 시내를 정비하는 일이 오히려 수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겨둘 만한 건물이 별로 없으니 도시계획을 새로 해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들면 된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이 희망하는 국토관리사업은 북한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도시정비와 농지정리, 산림녹화에는 수 십 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북한의 재정형편으론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사실 국토관리사업이야말로 남북한이 힘을 모아서 협력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측의 정치체제가 어떻든 간에, 우리 후손들이 통일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터전이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열린 마음으로 남한과의 협력을 제의한다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