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평범한 사람이 잘 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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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KBS 텔레비전 방송에는 "강연 100도씨"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합니다. 살아가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부딪치게 되는 인생의 고난을 극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73세인 이순표 할머니가 출연했습니다. 그 분은 젊었을 때 무척 고생을 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는데 먹을 것이 부족해서 어릴 때 배도 많이 곯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곧 물고기 행상을 해서 먹을 것을 스스로 벌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집가서도 물고기 행상, 벽돌공, 식당취사원 등을 하면서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중년기에는 김밥장사를 했는데 장사가 꽤 잘되어 아들딸들을 모두 공부시키고 시집장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몸이 아파 쓰러졌습니다. 그 분은 김밥집을 접고 시골로 내려갔고 농사를 지으며 몸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다가 65살에 우연히 친구의 권고로 평생교육원에 가서 동화구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동화구연선생님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들려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나이가 73세라고 했으니까 그 분은 1940년생쯤 될 것입니다. 그리고 22살 때 시집을 갔다고 하니까 19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제일 고생을 많이 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그의 김밥집도 잘되면서 살림이 폈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국어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대학에 갈 수 없었습니다. 남한이 발전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오늘에 와서 60이 넘은 나이에 꿈을 실현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분의 인생이 곧 한국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지난날 많이 고생했습니다. 전쟁에서 피를 흘렸고 전후에 모든 것이 파괴된 잿더미 위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농사를 짓느라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어다녔습니다. 당과 국가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노동자 농민들이 누구나 잘 사는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낙원은 없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생활형편은 지난날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북한의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최하위 권에 속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에는 세계 하위 30%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1∼16% 선으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순위에서 네팔 다음으로 낮은 나라입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남한에서 노동자 농민들이 못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남한에서는 강연에 출연한 할머니처럼 지난날 어렵게 살던 노동자 농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에서는 지난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처지가 말할 수 없이 비참해졌습니다.

이름난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왜 세계에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들은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연구했는데 남북한도 주요한 사례로 선택됐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 나라가 어떻게 이토록 완연히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데 의하면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했습니다. 즉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오늘과 같은 판이한 현실을 낳은 요인으로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