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언론은 북한의 고려항공이 국제 안전기준을 지키지 못해 올해 5년째 유럽연합 노선에 취항이 금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위원회의 안전성 검사당국에 의해 북한의 고려항공과 함께 수단, 아프가니스탄, 버마와 르완다 항공사들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 취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150일 전투'와 같은 주민동원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경제의 현실은 강성대국과는 완전 반대 상황입니다. 여전히 중앙계획경제만을 고집하여 시장경제로 향하는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바깥세계와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안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는 계속 위기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고려항공이 최근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수단, 1979년 소련의 침략 후 계속되는 내전 속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또한 지독한 군사독재때문에 아직까지 후진국인 버마 항공사와 함께 유럽연합에 취항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는 국제망신이라 여겨집니다.
고려항공과 같은 공산국가의 항공사가 국제 안전기준을 총족시키지 못하고 기내 서비스가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의 항공사에 비해서 훨씬 안좋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냉전시대에 동유럽과 소련의 항공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민항'으로 1954년 설립된 고려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20여 대의 항공기 대부분은 몇십년이나 된 IL-62, IL-18, TU-154이나 소련 항공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비슷한 루마니아 항공사 '타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1980년대 고등학교때 루마니아가 아직까지 공산국가였을 당시 아버지와 함께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쉬티 서부에 있는 도시 티미쉬아라까지 왕복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AN-24 비행기는 작고 자리가 좁아 불편하며, 프로펠러 소리가 너무 크고, 난기류때문에 많이 흔들려서 아마도 그때부터 고소 공포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대학교 1학년때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남한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1990년 8월 말에 서울로 떠나게 되었는데,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쉬티에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까지 루마니아 항공사 '타롬' IL-18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터보프로 엔진을 가진 IL-18 여객기가 제트기와 달리 이륙한 후 상승을 너무나 천천히 합니다. 여객기가 순항고도에 상승할 때까지가 승객들에게 가장 불편하고 무서운 시간이 됩니다. 왜냐하면 낮은 고도에서 난기류가 더 심해 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당시 '타롬' 승무원들은 예의도 없고 불친절하며, 서비스가 그다지 좋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륙하기 전 안전 규정과 비상시 대피하기 위한 비상구에 대해 설명할 때 껌을 씹으면서 말하는 승무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와 달리 파리에서 서울까지 남한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1990년대 남한에서 유학하면서 여름 방학때마다 루마니아를 방문하기위해 남한, 스위스, 프랑스, 영국, 독일 항공사등의 여객기를 많이 탔습니다. 1990년대초반 한번은 태국 방콕으로부터 중동 아랍에미레이트에 있는 '아부다비'에서 갈아타 루마니아 부쿠레쉬티까지 루마니아 항공사 '타롬' 비행기를 탔는데, 다른 나라 항공사와 비교를 하게 되어 그당시 더 불쾌했던 것 같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지 2-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타롬' 기내 서비스 수준은 여전하였고, IL-62 여객기가 너무 낡아 상승을 더 천천히 하는것 같았고, 자리가 좁고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저의 옆에 있는 창문이 프로펠러 소리때문에 계속 울려서 그 진동이 저의 허리로부터 머리까지 척추로 기어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북한의 고려항공사도 발전하려면 국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기내 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 당국이 고려항공을 현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제 TU-204과 IL-96 여객기 구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옛날 루마니아 항공사 '타롬'은 오래된 소련제 여객기뿐만 아니라, 영국회사와 협조하여 루마니아에서 생산하던 ROMBAC 1-11 여객기, 또 미국에서 생산한 B-707까지 한두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항공사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여객기 자체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경제 제도였습니다.
그래서 개방된 후 루마니아 항공사가 회복하는 과정은 짧지도 않고, 쉽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시장을 개방시키면서 다른 나라 민간항공사와 국유항공사와 경쟁하게 되어 루마니아 항공의 경령, 기내 서비스와 안전기준을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유럽의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던 '타롬'은 아직까지 95%가 루마니아 정부의 소유이지만, 지난 몇년동안 벨기에 '브뤼셀항공'(Brussels Airlines) 다음으로 유럽 연합의 가장 빨리 성장한 항공사였습니다.
다른 북한 경제 산업과 함께 고려항공을 향상시키려면, 북한은 우선 이웃나라를 협박하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엔결의안에 의한 제재가 해제되고 북한은 러시아 여객기뿐만 아니라, 여객기 시장에서 인기가 가장 좋은 미국 여객기 '보잉'이나 유럽 여객기 '에어버스'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여러나라 항공사와 협조하여 비행기 관리와 안전 기준, 조종사 훈련과 기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경제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여 고려항공도 루마니아의 '타롬'처럼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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