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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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1월 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지난 12월 30일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이란 기록영화를 통해 북한의 지도자가 직접 여객기를 조종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그 기록영화에서 김정은 제1 위원장이 조종 설명서를 읽은 후 다른 조종사와 함께 직접 조종간을 잡고 있는 화면이 나옵니다. 그 여객기는 우크라이나에서 만든 최신형 안토노프 AN-148입니다. AN-148 한대의 가격은 약 3천만 달러인데, 북한 정부는 최근 두 대를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두대중 하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1월 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을 김정은 정권하에서 넷 번째로 맞게 됩니다. 3년 전 김정은 정권 초기 때부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5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 였습니다. 기록영화의 목적은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세습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땅크 (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생일을 정식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생일이면 평양시 청년 학생들은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 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하였습니다. 김정은 우상화는 3년밖에 안됐지만, 북한의 선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말 타기, 땅크 운전, 여객기 조종과 사격을 선수처럼 하는 '슈퍼맨'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 젊은 지도자의 생일도 '태양절'이라 불리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잔치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보다 더 화려한 행사가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의 지도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초자연의 능력을 가진 인물로 찬양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열악한 경제 상황, 식량 부족과 인권유린 때문에 너무나 어렵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 놀이 기구와 릉라인민유원지와 같은 놀이터를 건설하는 데 북한의 부족한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21세기 중세시대 왕들처럼 3세대를 걸쳐 지도자를 숭배하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독재자를 숭배하고 독재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 국민의 대축제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1945년부터 1989년까지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에서도 김씨 일가 지도자를 위한 온 민족의 대축제와 같은 독재자 개인 숭배가 있었습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과 김씨 일가 정권은 개인숭배, 인권유린, 고립주의에 의한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 정치 탄압과 비밀 경찰의 감시가 공통점이었습니다.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항상 기념할 일이 있어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면서 기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독재자를 숭배하면서 독재자 개인숭배를 위한 대광장, 대거리, 커다란 건물과 궁전을 짓기 위해 모두 복종하고 일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국민은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으로 어렵게 살았고, 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매년 루마니아 독재자 생일인 1월 26일은 많은 돈을 들여 북한의 "태양절 친선 예술축전"과 비슷한 생일축하 잔치를 대규모 행사로 치렀습니다. 그 당시 독재자의 생일을 위한 대축제가 1년에 한 번씩 열릴 때마다 해가 바뀌어도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말 소련과 다른 동유럽 나라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루마니아에서만 유독 독재자를 스탈린 시대처럼 숭배해야 했기 때문에, 차우셰스쿠 대통령 독재 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향하는 변화는 분명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 여긴 루마니아 국민은 25년전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을 일으켰고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은 독재국가입니다. 그 때 4- 5살밖에 안 된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 받아 북한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67년동안 특별한 변화 없이 3세대 김씨 왕조 정권하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이나 다른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정권의 붕괴로 역사는 독재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