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루마니아 영화감독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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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루마니아 영화감독 '세르쥬 니콜라에스쿠' 가 82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미국이나 유럽 등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들에 따르면, 루마니아 영화는 북한에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특히 '세르쥬 니콜라에스쿠' 루마니아 감독의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세르쥬 니콜라에스쿠는 50년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60편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공산주의 시대에는 제한된 예산으로 루마니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액션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곤 하였습니다. 그는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영화를 감독하면서 주인공 '몰도반' 형사 역할도 맡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대전 직전의 루마니아이며 주인공이 루마니아의 나찌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내용이었습니다.

1989년 루마니아의 반공산주의 혁명 때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활동이 아주 활발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혁명지도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처럼 '깨끗한 손으로' 악당을 무너뜨렸던 것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부활한 루마니아 국회에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2년동안 사회민주당 상원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정치생활을 하면서 1990년대 영화감독으로서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몇 년 전 상영된 니콜라에스쿠 감독의 '15'라는 영화는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본 루마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루마니아 신문 기자들과 회견을 하며 자신의 영화 감독 생활과 1989년 12월 루마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깨끗한 손으로'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역사를 묘사한 영화, 특히 옛날 루마니아 왕에 관한 영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1989년말에도 14세기 루마니아 당시 삼국 중 '발라히아'라는 왕국의 왕이던 '미르차'에 관한 니콜라에스쿠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는 감독 뿐 만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 역할도 맡았습니다.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그 영화를 빨리 개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왜냐하면 과대망상증에 걸린 독재자가 루마니아 사람들이 30년동안 루마니아 왕국을 지혜롭게 지도한 '미르차 대왕'을 묘사한 영화를 보면서 공산주의 독재자인 자신을 옛날 왕처럼 민족을 생각하는 인물로 보고 반공산주의 운동을 그만 하길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영화도 상영되지 않고,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는 긍정적 인물이 아닌 사악한 지도자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인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니콜라에스쿠 감독이 공산주의시대에 차우셰스쿠의 우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당시 공산주의 언론은 니콜라에스쿠 감독이 제작한 루마니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이용하여 루마니아식 '주체 사상,' 독재자 개인숭배와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는 공산주의적 국수주의를 홍보했습니다. 따라서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제한된 예산으로 활동했지만, 공산주의 정부는 감독에게 '엑스트라'로 수백명의 군인들, 촬영장과 적절한 시설들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니콜라에스쿠 감독이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반공산주의 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공산주의 정권으로부터 받던 혜택은 끊겼습니다.

루마니아 감독 니콜라에스쿠의 영화를 즐기던 북한 관람객들은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 최근까지 그가 펼쳐온 감독생활과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입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1990년대초반부터 루마니아나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다른 동유럽 나라에서 만든 영화를 북한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루마니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니콜라에스쿠'의 영화가 오래 전 북한에서 인기가 좋았던 것처럼, 반공산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독재체제 와해에 관한 그의 영화가 언젠가 북한에서도 개봉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