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우상화하는 5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입니다. 목표는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세습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2009년4월 미사일 발사 때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미사일 발사 지휘소에 같이 있었다는 것을 전했습니다.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의 실질적 지도자는 1948년 건국된 후 지난 63년 가까이 김일성 전 국가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단 세 명뿐입니다. 반대로 건국 때부터 민주주의 국가가 된 미국은 처음 63년 동안 즉, 1789년부터 1852년까지 대통령이 13명이나 있었습니다. 또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까지 포함해 43명이나 됩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생일을 정식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생일이면 북한 전 지역에서 축하 행사가 있었습니다. 평양시 청년 학생들은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 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하였습니다. 북한 중앙TV방송과 다른 언론 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방송과 기사를 편성하며 다양한 행사 소식을 소개하였는데 김정은 우상화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영상물만으로 아직까지는 가벼워 보이지만 몇 년만 있으면 김정은의 생일도 '태양절'이라 불리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잔치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만큼 화려한 행사가 될 것입니다.
21세기에 중세시대 왕들처럼 3세대 걸쳐 지도자를 숭배하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독재자를 숭배하고 독재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 국민의 대축제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1945년부터 1989년까지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던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9년 동안 공산주의 독재를 경험했던 저는 김씨 일가 지도자를 위한 온 민족의 대축제와 같은 독재자 개인 숭배의 표현을 잘 알고 있습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과 김씨 일가 정권은 개인숭배, 인권유린, 고립주의에 의한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 정치 탄압과 비밀 경찰의 감시가 공통점이었습니다.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항상 기념할 일이 있어도 열심히 일을 하며 기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독재자를 숭배하면서 독재자 개인숭배를 위한 대광장, 대거리, 커다란 건물과 궁전을 짓기 위해 모두 복종하고 일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국민은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 때문에 어렵게 살면서도 매년 루마니아 독재자 생일인 1월 26일은 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들여 북한의 "태양절 친선 예술축전"과 비슷한 생일축하 잔치를 대규모 행사로 치렀습니다. 루마니아 곳곳에 강제로 모인 어린이, 청소년과 어른은 박수를 치며 독재자를 숭배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저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러한 행사에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독재자를 숭배했지만,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살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독재의 선전을 신뢰하진 않았습니다.
그 당시 독재자의 생일을 위한 대축제가 1년에 한 번씩 열릴 때마다 사실 루마니아 사람들은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80년대 말 소련과 다른 동유럽 나라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루마니아에서만 유독 독재자를 스탈린 시대처럼 숭배해야 했기 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차우셰스쿠 대통령 독재 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향하는 변화는 분명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 여긴 루마니아 국민은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을 일으켰고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독재국가입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질 때 4살이나 5살밖에 안된 김정은은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 받아 북한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63년동안 변화 없이 3세대 김씨 일가 정권하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온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길은 그리 평탄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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