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한 겨울 퇴비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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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을 포함하여 세계 곳곳에서 연말에 새해의 희망과 계획을 결심하며 1월부터 그러한 계획을 실시합니다. 북한 바깥 세상은 새해에 저마다 다양한 계획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겐 자기계발, 여행, 살 빼기, 담배 끊기, 운동 등의 계획들이 있을 것이고, 대학생들에겐 더 높은 영어점수, 유학, 연수 (인턴십), 취업 등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한국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어려운 계획을 무조건 수행해야 합니다. 북한은 연초마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공장, 기업소, 인민반 별로 할당되는 '분토생산과제'를 해야 합니다. '분토생산과제'는 현실적으로 화학비료가 턱없이 부족한 북한이 수확량을 늘이기 위해 퇴비 생산을 개인들에게 부과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퇴비는 인분과 가축의 배설물, 잿가루, 흑, 풀, 짚 등을 섞어서 만든 거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동설한인 1월부터 일반 북한주민이라면 분담된 1톤의 "분토생산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퇴비전투" 라는 구호 아래 인민반, 공장, 기업소, 학교 단위로 퇴비를 바쳐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집집마다 있는 변소(화장실)에서 모은 인분과 가정에서 나오는 석탄 잿가루를 섞어 퇴비를 만듭니다. 퇴비를 만든 후 바께쓰, 그루마, 달구지 등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직접 실어서 집결장소로 가져 갑니다. 퇴비를 옮길 때에는 개인별로 하는 것은 허락이 되지 않으며, 단체로 움직여야 합니다. 퇴비를 바친 후 관리자로부터 확인증을 받습니다. 관리자로부터 받은 확인증은 다시 각 소속 관리자들에게 확인증을 제출하면 최종 할당 과제는 끝이 나는 것입니다.

문제는 늘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 한 가족당 1톤 이상의 인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톤 만큼의 배급도 안주고 먹은 것도 없는데 어디서 인분 생산을 하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러나 뒤에서 불만은 할 수 있어도 당에서 받은 과제는 무조건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퇴비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남의 집 변소에서 인분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도자를 잘 못 만난 북한주민들의 서러움을 보여주는 사례 중 일부일 뿐입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배고픈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로부터 퇴비전투에 강제로 동원을 시킵니다.

한국, 미국,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인분을 훔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 세계 12위 경제강대국인 한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모든 가정집들이 소위 변소에서 화장실로 바뀌었고, 1990년대 이전에 모든 대도시의 공공장소에서는 청결한 화장실로 개조됐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동포들이 인분까지 훔친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퇴비전투'라는 구호아래 인분까지 훔치는 일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북한의 경제가 몰락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화학비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최대 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가 있습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일제가 대규모 질소비료 공장을 함경남도 흥남에 건설하면서 해방 이후 한국의 최대 비료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 전역에 공급할 화학비료 생산량을 맞추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시절 10년간 매년 35만톤의 비료를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한국 진보정부가 보수정부로 교체되면서 비료지원은 중단이 되었고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북한의 농작물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으로 만든 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의 야채와 과일은 특히 더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합니다. 잘 씻지 않은 채소를 먹을 경우 기생충에 쉽게 감염이 되고 사람 몸에서 회충이 자라게 됩니다.

따라서 회충구제를 장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로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지난해 귀순한 오청성 씨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북한주민들 몸에는 기생충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는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살 빼기는 사치입니다. 어쩌면 하루 세끼 잘 먹는 것이 그들에게는 행복한 일상일 것입니다. 김씨 일가 정권은 북한주민들에게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도 채워주지 못하면서 인분을 바치라고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김정일 정권에 이어 김정은 정권까지 정권 찬양과 유지를 위한 핵개발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