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북 맥주 생산과 동유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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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언론에 의하면 북한 당국이 국내 생맥주 생산을 늘리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북한 주민들이 생맥주를 많이 즐기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가 개인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소중히 하는 자유시장경제라면 수요가 증가할 경우 기업들이 양조장을 만들어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김씨 일가의 중앙계획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생맥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중국 투자자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텔레비전에서는 약4년전부터 '대동강 맥주'를 선전하는 동영상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도 많은 북한 사람들은 식량 위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13년 전 북한 정부는 중고 맥주 양조장을 영국의 브리티시 어셔즈(British Ushers)라는 회사로부터 들여왔습니다. 평양 동쪽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대동강 맥주, 특히 생맥주는 평양의 호프집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생맥주를 마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북한 사람들은 일제나 유럽 맥주보다 대동강 맥주를 즐긴다고 합니다.

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만 제외하곤 맥주는 세계곳곳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18세기에 미국을 설립한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미국의 초대 정치인, 과학자, 외교관과 계몽사상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맥주는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며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신다는 증거' 라고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옛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에서 북한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독재국가 루마니아였습니다. 냉전 시대에 루마니아의 주류 산업, 특히 루마니아의 맥주 생산은 질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 체스꼬슬로벤스꼬 사람들은 몇 백 년 동안 유럽에서 인기가 아주 좋은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체스꼬슬로벤스꼬의 경제가40년동안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의 전통은 계속 살아 있었고, 동유럽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던 서유럽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옛날부터 루마니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포도주,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자두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19세기후반부터 루마니아에 자본주의 경제와 금융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루마니아의 민주주의도 발전돼, 일반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당시 일반인들의 취미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토론할 때 도수가 높은 양주보다, 비교적 도수가 낮은 맥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도수가 낮기 때문에 몇 잔을 마시더라도 취하지 않은 상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가 발전하면서 맥주 산업도 발전되고, 포도주나 자두주를 마시던 예전과 달리 맥주를 마시는 사회적 경향이 생겼습니다. 제2차 대전 직후 루마니아가 공산주의 국가로 변한 후, 맥주 산업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모든 산업이 국유화 되면서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이 없어졌고, 루마니아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두 세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맥주 생산은 국가 독점이었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맥주의 맛과 질은 점점 더 약화되었습니다. 맥주의 맛은 그렇다 치고 맥주 집의 분위기도 공산주의 비밀 경찰의 심한 감시 때문에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호프집에 모여 옛날처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 루마니아의 맥주 산업과 호프집의 토론 문화는 다시 부활했습니다. 경제가 개방되면서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들이 곳곳에 많이 생겨, 수백 종류의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와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내나 실외 호프집에 모여, 맥주 한잔 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유럽으로부터 기술을 수입해 북한에서 질이 좋은 맥주를 1년에 약 7만 킬로리터를 생산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북한이 경제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여 북한의 기업가들도 국유 산업이 아닌 개인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몇몇 사람들끼리 어울려 시원한 대동강 맥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날 또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