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오는 4월15일 김일성 전 국가주석 탄생 100년에 맞춰 평양에 건설 중인 류경 호텔의 영업을 지하부터 지상 25층까지 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3대 권력세습을 이루고 있는 북한 당국이 류경 호텔을 강성대국 진입을 상징하는 건물로 선전할 계획입니다. 현재 류경 호텔의 내부공사는 아직까지 진행 중 이지만, 외부 유리부착 공사를 마무리한 단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 언론은 1987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평양의 류경 호텔에 관해서 여러 번 보도했습니다. 류경 호텔은 북한이 1987년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인 1992년4월 15일에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 기업이 착공했습니다. 그러나 1992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투자로 재개됐습니다.
약 4년 전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는 평양의 류경 호텔에 관한 기사를 냈습니다. 105층 높이에 3천 개의 객실이 넘는, 피라미드 형태의 초대형 류경 호텔은 잘못된 디자인과 건축 공법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건물'이라고 전했습니다.
냉전시대의 류경 호텔과 같은 쓸모 없는 커다란 건물들은 많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상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은 과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화려한 고층 건물과 경쟁하기 위해 비슷한 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고층 건물은 대부분 상업적 이유로 생겨난 것이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오직 독재자와 공산주의 정부의 허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객실 수가 3천 개가 넘는 모스크바의 '러시아 호텔' 또는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국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이 생겨났고 평양에 위치한 류경 호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건설업체가 지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고층 건물 '스탬퍼드 호텔'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북한 정부는 1987년부터 105층짜리 류경 호텔을 지으려 했습니다.
커다란 '러시아 호텔'은 모스크바 중심가에 위치하였지만, 호텔의 답답한 모습은 모스크바의 건물, 특히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크렘린 궁전과 '바실리 블라제니' 성당과 어우러지지 못했고, 관리비가 많이 들고, 비효율적 영업으로2006년에 철거되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보인 과대망상의 상징이었던 '러시아 호텔'과 루마니아의 '국민관'의 운명은 달랐습니다. '러시아 호텔'은 철거된 반면, 루마니아의 '국민관'은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양의 '류경 호텔' 공사도105층까지 완공될 것인지, 아니면 25년전 프랑스 업체와 협력했을 때처럼 또 다른 실패를 부를지, 또는 '러시아 호텔'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루마니아 '국민관'과 같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실용성을 살리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지상 25층까지 영업을 개시한다는 것은 105층의 4분의1 정도 밖에는 안 되는 높이 입니다. 25년동안 완공하지 못한 건물의 단 4분의1의 공사를 마무리해 일부만 가동한다는 것이 왠지'강성대국'의 상징으로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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