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뜌니지)에서 지네 벤알리 대통령의 24년 독재가 2010년12월말 시작된 대규모 시위에 의해 2011년1월 종식됐습니다. 국제언론은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 반 독재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한국어로 '말리화'라 부르는 재스민은 튀니지의 가장 흔한 꽃입니다.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된 튀니지 국민의 시위는 한 젊은이의 희생으로 독재자를 무너뜨린 대규모 시위로 변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학비를 벌기 위해 과일 장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 경찰은 부아지지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장사를 했다는 이유로 그가 팔던 과일을 압수했습니다. 좌절한 부아지지는 고향 시청앞 도로에서 기름을 끼얹고 분신자살했습니다. 부아지지의 희생으로 시작된 대규모 반독재 시위는 튀니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번졌습니다.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로 번졌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에서도 반독재 혁명이 일어나 41년동안 정권을 잡던 가다피의 독재체제도 이제 머지않아 끝장날 지경입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휘몰아치며 튀니지의 벤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은 1989년에 일어난 동유럽 나라들의 공산주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과 비교가 됩니다. 1989년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동유럽 사람들은 대안이 분명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1989년 이후 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정치를 선택했습니다. 또 동유럽나라들은 자유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여 비합리적인 공산주의 중앙계획경제에 의해 야기된 경제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즉 이슬람 세계의 종교, 정치, 사회 문제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와 이집트 사람들에게 22년전 동유럽처럼 분명한 대안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용기있는 시민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졌다는 것이 자유를 되찾으려는 첫 단계입니다. 사실 22년전부터 동유럽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자유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60년 넘게 세습 독재정권에 의해 고통을 겪고 살아온 북한사람들도 1989년 반공산주의 혁명이나 2011년 '재스민 혁명'과 같은 반독재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북한 당국은 바깥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심하게 제안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됩니다. 북한 주민들이 1989년 반공산주의 혁명이나 2011년 '재스민 혁명'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들고 북한 당국의 검열이 여전히 심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외국과 한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예전보다는 바깥세계 소식을 많이 접한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온주민들을 감시하고 탄압하기 때문에 북한내부와 외국에서 잘 알려진 반정부 운동을 주도할수 있는 반체제 인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재스민 혁명'과 같은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차우셰스쿠 독재하에서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비밀 경찰의 탄압과 감시에 의해 여전히 공포에 빠진 루마니아 사람들은 어느날 그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루마니아처럼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사, 문화, 가치관과 종교가 다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동유럽 나라들과 튀니지와 이집트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 탄압과 감시에 의한 공포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국민의 자유투표를 통해 정권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 의사가 아닌 공포를 통해서 정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그 공포를 극복한다면 이세상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독재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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