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영어교육 열정은 북한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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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언론에 따르면 영어능력 시험인 토플 (TOEFL)을 관리하는 미국 ETS사에서 토플 시험을 보는 북한 주민들의 숫자가 지난 10년동안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북한 응시생이 1천 명을 넘어선 것은 1995년부터였지만, 2001년에는 3천100명으로 늘어났고 2002년부터는 매년 4천 명 이상의 북한 국적을 가진 응시생들이 토플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9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 토플응시자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입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엄하게 제한하는 고립된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에는 토플 시험을 대행할 기관이나 토플 시험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유학생들이나 북한 국적을 주장하는 재일동포들만 토플 시험을 응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언론에 따르면 북한 국적의 토플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도 아직까지는 세계 평균점수보다 훨씬 낮은 편이지만, 지난 몇년동안 점진적으로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약6년 전 네덜란드 감독이 만든 '북한 생활 속에서 보낸 하루'라는 기록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대학의 영어 강의였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여자 선생님이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과 북한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옛날 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 하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자유세계와 문화 교류가 얼마 없었고 교육시설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열광적인 루마니아 교수들에게 영어를 배웠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 루마니아의 대학 입학 시험은 너무나 엄격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루마니아를 고립시키려고 하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공산주의 독재 정부 하에서 외국어, 특히 영어를 전공할 수 있는 대학생 수는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경쟁률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때 저의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은 항상 저에게 힘내라고 하면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으로 영어 전공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 없지만, 우리 나라의 상황이 바뀌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할 시기가 꼭 올것이다… 그때 우리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주 많을 것이다…"

저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말씀은 옳았습니다. 루마니아는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후 개방과 개혁의 길을 선택하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21년 동안 루마니아에서도 문화와 경제 교류, 다른 나라와의 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외국어, 특히 영어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20년 전까지 열심히 공부하던 한국 학생들은 영어문법과 단어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영어로 대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미국, 영국이나 호주, 영어권 나라로 많이 유학을 가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강사가 가르치는 학원이 많이 설립되었습니다.

북한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영어권 나라와의 문화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에는 미국 ETS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시험대행 기관이 없어 대다수의 북한 국적 응시생들은 북한 외교관 자녀로 중국이나 동유럽과 같은 제3국에서 토플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재일동포들이 북한 국적으로 시험에 응시하면서 토플 시험 통계에 포함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한 것 중 하나로 문법과 단어공부는 필수지만 영어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잘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교사들에게 배우는 것입니다.

북한도 동유럽 나라들처럼 개방과 개혁의 길을 선택해 북한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에서 유학하고 원어민 교사들이 북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면 북한 토플 시험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당연히 올라갈 것입니다. 여러 외국 단체들의 지원을 통해 지난 몇년동안 북한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들이 몇명 있었지만, 사실 개혁과 개방 없이 북한 젊은이들의 영어 구사능력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높이려면 한두개의 작은 외국 단체의 도움보다는 미국 평화봉사단과 같은 자원, 전통과 경력이 있는 개발기구의 도움이 필요하며 주민들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사립 영어 학원을 통한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개발기구의 지원을 받고 사립 영어 학원을 운영하려면 우선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개혁과 개방이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