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파철 모으기 운동

0:00 / 0:00

북한은 김정은의 2015년 신년사 이후 온 주민을 파철 수집에 동원했습니다. 온 주민이 파철을 수집해야 하며 학생들은 파철 뿐만 아니라 파지와 같은 다른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특히 파철의 경우 수집해야 할 양이 너무 많고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돈으로 사는 주민도 있다고 합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많이 비슷하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가 생각났습니다. 루마니아는 1989년 말까지 공산주의 독재국가였지만, 반공산주의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이젠 유럽연합에 가입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입니다.

모든 루마니아 학생들은 공산주의 시대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기가 끝날 때가 되면 '재활용 쓰레기 할당'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했습니다. 즉, 학생들은 병과 유리 항아리 수 십 개와 파지를 몇 킬로그램씩 모아 학교로 가지고 와야 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모든 학생이 빈 병들과 파지를 교실로 가지고 오면 학교가 너무 지저분해졌습니다. 그 당시 루마니아 사람들은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체스쿠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한 '재활용 쓰레기 모으기 운동'의 교육 효과를 의심했습니다. 사실 그 운동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을 탄압하고 그들의 생활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고 아무 소용도 없는 의무를 하나 더 만든 것이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시대에 비효율적인 중앙계획 경제 때문에 식량과 소비재, 특히 생활필수품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유를 사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데, 우유 한 병을 사려면 빈 병을 가져와야 했습니다. 우유를 사기 위해서는 빈 병을 모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빈 병을 학교로 가지고 가면 집에서는 빈 병을 모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가게 판매원에게 몰래 부탁을 하여 돈을 주고라도 빈 병을 얻는 것이 학부모의 일이었습니다. 또 폐지 구하기도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집에 있는 신문지가 모자라면 아는 사무직원에게 부탁을 하여 파지를 얻곤 했는데, 파지가 모자랄 경우 구하기 어려운 새 용지를 사서 학교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모으기 운동'도 다른 공산주의 독재자의 정책처럼 실제로는 아무 논리도, 긍정적 효과도 없었습니다. 힘들게 살던 루마니아 주민들이 공산주의 독재 체제의 경제. 정치와 사회 위기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도록 '재활용 쓰레기 모으기' 운동으로 그들의 자유 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오히려 공산주의 독재국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재활용과 환경보호는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소비재가 풍부하면 낭비 성향이 쉽게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활용이란 소비재가 풍부하며 낭비 성향이 생길 수도 있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생활필수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 비현실적인 일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이 루마니아에서 과거에 했던 파철과 폐지 모으기에 동원됐다는 보도를 보니 독재정권의 행태는 유사하다고 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파철을 돈으로 사서 수집하는 북한 주민의 마음도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