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북한의 납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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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위원회는 '북한의 외국인 납치 범죄'라는 제목의 북한의 납치 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몇십년동안 북한의 납치 행위에 대한 보도, 기사와 책이 있었지만, 종합적인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60년동안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기니, 이탈리아, 요르단, 레바논,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태국과 루마니아 등 전세계 14개국에서 18만108 명을 납치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 때 김일성의 명령으로 한국에서 8만2천959 명을 북한으로 끌고 갔습니다. 전쟁이후에도 북한은 3천721명의 남한 어부들을 포함하여 3천824명의 한국 국민을 북한으로 납치했습니다. 북한은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천 명의 북한에 있는 재일동포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또다시 출국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는 자료 조사 결과에 따라 1978년부터 1982년까지 북한 당국이 일삼았던 대부분의 납치 사건은 김정일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 했습니다. 북한이 여러나라 외국인 25명과 중국조선족 200여명을 납치했다는 것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북한인권위원회 보고서는 납치된 외국인들 대부분이 평양 외곽의 동북리 초대소에 머물면서 해외에 파견될 간첩들에게 외국어 등을 가르쳐왔다고 했습니다.

북한으로의 납치가 확인된 외국인들중 '도이나 붐베아'라는 루마니아 여성은 유일하게 동유럽 공산주의 나라 출신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는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무너진 1989년까지 북한과 많이 비슷한 1인독재국이었습니다. 2005년에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다 북한으로 탈영한 뒤 40년 동안 북한에서 살다 일본으로 간 로버트 젠킨스씨가 쓴 책에서 루마니아 출신 납북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폭로되었습니다. 그것에 의하면 이 루마니아 여성은1997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평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북한비밀요원에 의해 납치당한 다른 나라 외국인들처럼 북한에서 20년 동안 살면서 북한 비밀 요원들에게 외국 문화와 외국어, 즉 루마니아어를 가르쳤습니다. 젠킨스씨의 책이 출판된 후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북한 정부에게 그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북한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도이나 붐베아씨는1950년생이며 미술가 였습니다. 1978년 북한 요원들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납치된 도이나 붐베아씨는 1970년대초 루마니아 관광중인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 당시 외국인을 만나는 것과 루마니아를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미인이던 붐베아씨는 남편과 함께 공산주의 독재 국가이던 루마니아를 탈출해 이탈리아로 갔고, 이탈리아 명문 '벨레 아르테' 미술대를 졸업했습니다. 붐베아씨는 몇 년후 이탈리아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었고, 미술가로서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습니다. 붐베아씨는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에 있는 '중유럽문화관'을 설립한 사람 중 한명이었습니다.

붐베아씨는 납치를 당한 후 북한에 살면서 북한에 거주하는 미군 탈영병과 결혼했습니다. 도이나 붐베아는 루마니아에 있는 가족과 20년동안 연락하지 못했고 1997년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인권 탄압과 식량부족에서 독재자 개인 숭배까지, 전세계에서 북한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공산주의 독재 시대에 루마니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나라간의 가까운 관계는 독재자들끼리 만의 우정이었을 뿐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은 고위간부들을 제외하고 서로 여행도 못하게 되어 있었고, 공산주의 당국의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일반인들끼리의 만남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루마니아 사람이 북한 비밀 요원들에게 납치를 당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납치된 붐베아씨의 경우 외국인과 결혼하고 루마니아를 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이탈리아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루마니아 독재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공산주의를 배신한 반역자일 뿐이었습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 언론은 공산주의 시대에 북한 비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된 루마니아 여성에 대해서 지난 4년동안 많은 보도를 해 왔습니다. 21년전 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의 역사와 유산을 살펴보면 이러한 비극적 사건과 이야기를 더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북한으로 끌려 간 한국, 일본과 다른 나라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