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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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인 '인터미디어'는 며칠 전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에서 바깥 세계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과 수단, 휴대폰 이용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에 참석하여 연설을 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매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북한의 매체 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규제의 대상에는 요즘 평양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땡빼바지'와 영어 글자가 많은 옷, 레이스가 달린 치마 등이 포함됩니다. 한국에서는 '스키니진'이라 불리는 '땡빼바지'는 한국의 '한류열풍'에 의해 북한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독재 국가이지만, 예전에 비해 외국라디오방송, 또는 밀수입된 한국산과 외산 DVD, CD와 USB를 통해 외국문화와 세계에서 유명한 '한류열풍'이라 불리는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북한에서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류열풍'의 영향의 의해 한국에서 '스키니진'이라 불리는 '땡빼바지' 또한 북한에서도 인기가 있고, 특히 평양에서는 한국식 한복이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한 현상은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했던 동유럽 나라, 북한에서는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를 떠올리게 합니다. 1980년대 당시 루마니아 독재정권은 언론검열을 심화하고 외화를 아끼기 위해 80년대초부터 외국영화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당 고위 간부들은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최신 비디오 테입을 구입하여 새로 나온 외국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당국은 일반 주민들이 외국 영화와 뉴스를 몰래 볼까 봐 일반 전자제품 가게에서 비디오 기계를 팔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때문에 비디오 기계를 사려면 암시장에 가야 했으며, 기계 한대 의 가격은 일반 주민의 2년치 봉급에 해당되어 일반 사람들은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기발한 생각을 가진 장사꾼들은 오히려 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아 비디오를 암시장에서 산 뒤 입장료를 받고 자신들의 집에서 외국 영화나 음악, 뉴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그 당시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루마니아 당국은 공산 정부와 독재자를 향한 비판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여럿이 모이는 것 자체를 크게 의심하였습니다.

저도 가끔씩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모여 비디오를 보곤 했습니다. 저처럼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던 젊은이들은 해외 여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국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야 했습니다. 부모들은 비밀 경찰 때문에 가족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끼리 같이 모여 비디오 테입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루마니아의 낙후된 경제와 정치는 물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와 그의 치맛바람이 센 아내를 농담 삼아 얘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그런 우리를 스스로도 "비디오 세대"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바로 그 당시의 루마니아 "비디오 세대"는 1989년 12월에 혁명을 일으켜 루마니아 독재체재를 무너뜨린 주역이기도 합니다. 루마니아에서 반공산주의 혁명일 일어난 지 23년이 흐른 지금, 당시 비디오 세대를 대표하는 많은 영화 배우와 영화 감독, 그리고 작가들은 세계 각처의 무대에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