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은 유엔아동기금(UNICEF) 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국제아동절'이나 '6.1절'이라 부릅니다. 이날은 어린이의 보호와 권리를 깊이 생각하게 되며 전쟁, 경제위기, 식량부족과 정치탄압을 겪는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아직까지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서는 다른 어느 계층보다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아동권리협의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권과 함께 아동권리 또한 심하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많은 북한 가정들은 배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이 떨어져 어린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며 그들을 시장터와 기차역 주변, 다리 밑 등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꽃제비들이 20만명이나 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꽃제비들을 관리하던 '어린이 구호소'는 식량이 떨어져 더이상 아이들을 맡아 키울 수 없게 되었고 이제는 북한의 어린이구호소는 구호소가 아니라 '방치소'가 되어 버렸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갈 곳이 없고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꽃제비 여성들은 인신매매자들의 유혹에 넘어가 중국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같은 국제인권보호단체에 따르면 북한내 정치범 수용소의 규모가 10년 전에 비해 많이 커졌으며 여전히 한가족의 3세대까지, 즉 어린이들까지 수감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도 6월1일만 되면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어린이들이 생각납니다. 1989년 이전 공산주의 국가이던 루마니아는 특히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 시대였습니다. 독재자는 온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면서 자신과 아내인 엘레나의 개인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과 대로, 대광장을 건설하기 위해 국민을 굶겼습니다. 당시 공산주의 선전기관과 언론은 루마니아의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의 현실을 왜곡해 독재자가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뿐만 아니라, 제2차대전 때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모택동, 쿠바의 카스트로의 초상화에서 독재자가 미소 짓는 어린이들을 안고, 그들과 손잡고, 그들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루마니아에서도 6월 1일마다 아이들이 음악회와 연주회에 출연했는데, 이는 아이들보다는 독재자를 위한 기념 행사였습니다.
공산주의 선전은 항상 현재가 힘들어도 미래는 밝다고 했습니다. 독재자가 아이들과 함께 사진과 초상화에 등장하는 일은 그 미래의 상징으로 선전되곤 했습니다.
차우셰스쿠 공산주의 독재 시대에 루마니아 어린이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1980년대 모든 국민은 식량부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살았지만, 어린이들이 경제위기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공산주의 언론은 독재자와 아내를 '루마니아 어린이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부모님'이라고 칭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였습니다. 대중이 모여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숭배할 수 있도록 루마니아 수도에 위치한 대광장, 대거리와 '인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을 짓기 위해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도시로 와 건설 산업에 종사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가을 추수 때에는 일손이 모자라 군인과 학생이 야채와 과일, 옥수수나 감자를 추수하곤 했습니다. 저도 10살 때부터 18살까지, 가을마다 2주에서 1달까지 '추수 실습'에 참여했습니다. 모내기때 농촌에 동원되어 허리를 구부리고 하루종일 일하는 북한 학생들은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학생들의 '추수 실습'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89년 12월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군사 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했습니다. 총살대원들은 모두 지원한 젊은 군인들이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혁명을 일으킨 수백만 루마니아 젊은이들은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총살대에 모두들 참여하고 싶어 하듯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의 사형 현장은 비디오 테이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젊은 군인이 독재자의 부인의 손을 묶을 때 그녀는 젊은 군인들을 보고 "우리는 자네들을 친자식처럼 돌봤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굴욕과 가난의 고통을 느끼던 아이들이 자라서 결국 독재자의 총살대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재자는 루마니아 사람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국민을 굶기면서 루마니아의 어린이들이 밝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 어린이들이 자라서 밝은 미래를 선택했고, 그것은 공산주의 사회가 아닌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으로 향하는 길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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