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독재자가 받은 선물과 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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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동안 여러번 국제언론은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외국 정부나 지도자들에게 받은 약30만점의 선물이 전시되어 있는 '국제 친선 전람관'이 외국 기자단에 공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많지 않은 외국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할 때 원치않아도 '국제 친선 전람관'을 구경해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선물 중에는 김일성이 1989년말까지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체스쿠에게서 받은 선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차우체스쿠가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은 루마니아의 독재자가 직접 사냥한 박제된 곰의 머리였습니다. 곰의 머리는 정력과 인내력을 상징합니다. 곰사냥을 하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인 박제된 곰의 머리를 선물하면서 차우체스쿠는 옛날 귀족들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차우체스쿠와 같은 공산주의 독재자들의 행동을 통해 공산주의의 모순과 실패를 볼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이던 차우체스쿠와 김일성의 관계는 아주 가까웠습니다. 차우체스쿠는 북한을 여러번 방문했고 김일성 또한 루마니아를 여러번 방문했습니다. 냉전시대에 루마니아 정부기관에 있던 사람들에 의하면 차우체스쿠가 수십개국을 방문했지만, 가장 좋아했던 방문국은 북한이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차우체스쿠가 유달리 즐기던 것은 대광장에 모인 관중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보다도 차우체스쿠가 북한을 방문할 경우 그에 따른 행사일정을 완벽하게 연출하곤 했습니다. 북한식 독재자 개인 숭배에 첫눈에 반한 차우세스쿠는 루마니아를 북한과 같은 독재자 숭배사회로 바꿔 놓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습니다. 루마니아의 경제는 실패하고 루마니아 사람들은 많은 고통을 겪고 살았습니다.

당시 차우체스쿠도 외국 정부와 지도자들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끔 박물관에서 국민들에게 공개 전시회를 열곤 했습니다. 독재자가 다른 나라에서 받은 선물들을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했던 공산주의 선전은 루마니아의 독재자가 외국에서 많은 대우를 받은 정치인이라는 뜻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그당시 루마니아의 심한 인권 유린, 식량부족과 경제 위기때문에 차우체스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루마니아 국민을 고문하는 악명높은 독재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언론과 선전은 현실을 왜곡시켜 루마니아 사람들을 세뇌시키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거짓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루마니아 국민은 독재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을 공개하는 전시회에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산당 간부들은 사람들을 전시회로 유인하는 방법으로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모아 단체관람을 시켰습니다. 또한 국립중앙 미술박물관이나 사학박물관 입구에 그런 전시회를 열어 박물관에 있는 가치 있는 전시를 보면서 독재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 수집도 자연적으로 보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재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은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사실 아무 의미도 없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 특히 80년대 대다수의 루마니아 사람들은 해외 여행도 못하게 되어 있었고, 외국인들도 못 만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직장 일때문에 외국인을 만날 경우 24시간내에 비밀경찰에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보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구속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직접 알 순 없었고, 민간외교도 불가능 하였습니다. 외국 여행을 못하고 외국인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루마니아 사람들은 독재자가 외국에서 선물 받은 것을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해외 여행을 할수있는 특권을 가진 독재자와 그의 가족, 공산당 간부들을 더 싫어하게 만든 꼴이 되었습니다.

차우체스쿠가 받은 선물중 왕과 황제들만의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는 왕좌, 왕관, 검같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비싼 보석, 자동차와 사냥하는 데 사용하는 엽총도 많이 있습니다. 공산주의 선전은 독재자가 모든 것을 국민들을 위해서 한다고 거짓말했지만, 사실 독재자와 그의 가족은 옛날 암흑 시대 귀족들처럼 국민들을 굶기고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면서 개인 숭배, 무한한 재산과 정치력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차우체스쿠와 그의 아내는 21년전 1989년 루마니아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군사 재판을 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독재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들이 루마니아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루마니아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개방된 뒤 차우세스쿠의 선물도 경매되었습니다. 차우체스쿠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을 경매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도 있었고, 그가 사냥하러 갈때 타던 사륜구동 집차 6대도 경매되었습니다. 그가 타고 다니던 헬기중 한 대가 경매되어 이젠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그 헬기를 타며 흑해 해변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지금 루마니아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과거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지만, 옛날 공산주의 독재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을 가치가 있는 국가 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별 의미가 없는 물건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헝가리와 같은 옛날 공산주의 독재 국가이던 동유럽나라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3대권력 세습을 이루려고 하는 북한은 21세기 현대국가보다는 중세시대 절대주의적 왕국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