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급하게 진행되는 김정은 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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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어머니인 고영희에 관한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라는 85분 분량의 기록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기록 영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 번째 부인 고영희와 함께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영희의 이름이나 출신지인 일본 오사카에 관한 설명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고영희를 숭배하는 목적은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것이며 고영희의 이름과 출신지를 감추려는 의도는 북한의 출신 성분 제도 때문입니다.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정해진 성분 제도는 북한의 모든 주민을 3대 계층 51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고영희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재일 교포 출신으로 성분이 매우 안 좋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라는 기록영상에서도 고영희의 이름과 출신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출신 성분이 안 좋은 재일교포 출신이며 미인인 여성과 사귀었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고전 시대로부터 왕과 사회계급이 낮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김정은처럼 왕세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들, 특히 독재자와 그의 가족을 숭배하는 국가들을 보면 중세시대 왕국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냉전 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한 동유럽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식량 부족과 인권 유린이 심하면서도 공산주의 언론과 선전은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아내인 엘레나를 끊임없이 숭배하였습니다. 중앙TV방송국에서 거의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위한 독주회나 연주회, 무용회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사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머리가 좋아서 루마니아의 독재자가 된 것이 아니라, 간사하고 잔인했기 때문에, 공산당 간부이던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루마니아의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언론은 그를 '루마니아의 천재'라고 칭했습니다. 독재자가 연설할 때마다 항상 세계 평화와 세계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 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선전은 그를 '세계 평화를 변호하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했습니다. 그의 아내인 엘레나도 글을 잘 쓰지 못했지만 유명한 루마니아 화학자들이 책을 써서 엘레나 차우셰스쿠의 이름으로 출판해 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언론은 그녀를 '세계에서 유명한 화학자'라고 했습니다.

공산주의 선전은 그런 거짓말을 정당화 하기 위해 독재자와 그의 아내가 외국에서 대우를 많이 받은 정치인과 화학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독재 시대에 루마니아 외교관들의 주요 임무는 독재자와 그의 아내의 '세계 평화의 변호인'과 '유명한 화학자'라는 거짓을 정당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외국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프리카, 아시아와 중남미에 있는 제3세계 독재자들에게 빌려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그들이 각국에서 루마니아 독재자와 아내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주고, 그들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번역해서 인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회수 불능 대출금 때문에 루마니아의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식량 부족도 더 심해졌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인 지난 1월8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상영된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영상물로 시작되어, 고영희에 관한 기록영화로 이어지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위한 북한의 사회.정치.경제 제도는 평등주의를 설교하지만, 두번이나 권력세습을 이루면서 국민을 60년넘게 탄압해 온 제도는 평등주의와 거리가 먼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