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의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관람한 모란봉악단의 만수대 극장 시범공연을 녹화 방영했습니다. 짧은 원피스를 입은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유명한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곡을 연주하는 동안 무대 배경으로 영화의 주요 장면이 상영되었습니다. 냉전시대에 처음 상영된 '록키' 4탄은 미국의 권투 선수인 록키 발보아가 옛 소련 선수 이반 드라고를 넘어뜨리는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이 '록키' 주제곡을 연주하는 동안 록키가 드라고를 넘어뜨리는 모습을 배경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또 1998년에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 즉 '나의 길'이라는 유명한 노래도 연주되었습니다. 이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미국 만화 주인공 '미키 마우스'와 '백설공주' 의상을 입은 공연자의 모습도 나왔습니다. 한국과 외국 전문가들은 이 이례적인 공연을 보고 다양한 의견을 냈습니다. 이 공연은 김정은이 세계화, 개혁과 개방을 고려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이 공연이 미국을 향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또한 전례 없는 공연 하나로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중학교 때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면서 서양 문화와 접했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소년시절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같은 미국 만화 주인공에 매력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또한 김정은이 청소년 시절 짧은 원피스와 같은 개방적인 의상을 입은 여가수들이 서양문화의 매력을 상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다고 해서 꼭 서양문화, 세계화, 개혁과 개방을 고려할 법이 있다고 확실히 할 순 없습니다. 중학교 시절은 인생에 있어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보다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덜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사실 북한 내에서 왕세자처럼 사는 것보다 평범한 외교관 아들로 변장하여 스위스에서 사는 것이 김정은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만화 주인공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나 서양의 음악과 영화는 민주주의 사회의 자유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15위의 경제 강국입니다. 아주 흥미 있는 현상은 전세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과 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음악, 연극, 음식과 컴퓨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중동, 유럽, 남미와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 현상을 '한류 열풍'라고 합니다. '한류'는 하룻밤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의 기본적인 원리를 받아드린 한국 사회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관람한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미국 대중 문화의 상징인 만화와 영화 주인공이나 음악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긍정적인 발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심하게 유린하고 아직까지도 20만여 명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데 다른 쪽에선 북한 주민들에게 '미키마우스'를 보여주는 것은 터무니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미국을 향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있다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또는 미국 북한인권 특사와 국제적십자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긍정적인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1981년에 인준한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협약, 세계인권선언을 북한 교과서에 포함해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인권기준에 대해 알리는 것, 북한주민들을 굶기면서 이웃나라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북한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것 등이 긍정적 변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전 모란봉악단 공연과 같은 행사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