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에 따르면 평양에 위치한 류경호텔 공사가 재개된 이후 15명의 노동자가 공사장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지난 몇년동안 국제 언론은 1987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평양의 류경 호텔에 관해서 여러번 보도했습니다. 몇년 전부터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돼서 '유령 호텔'이라 불리던 류경 호텔의 공사가 다시 진행 중이라며 평양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이집트 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이 공사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공사는 2012년 4월 15일까지 마무리된다고 하는데 1912년 4월 15일은 김일성 전 국가 주석이 태어난 날입니다. 북한 독재정부는 이 날을 '김일성 주석님의 탄생일인 태양절'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류경 호텔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김일성 전 국가 주석의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류경 호텔' 공사에 참여한 외국업체가 '오라스콤 텔레콤'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7년에 시작된 류경 호텔 공사는 처음에 프랑스 업체에서 맡았으나 이 업체는 결국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약 2년전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는 평양의 류경 호텔에 관한 기사를 냈습니다. 그 기사는 105층 높이에 3천 개의 객실이 넘는, 피라미드 형태의 초대형 류경 호텔이 잘못된 디자인과 건축 공법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건물'이라고 전했습니다. 냉전시대 류경 호텔과 같은 쓸모 없는 커다란 건물들은 많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상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들은 과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화려한 고층 건물과 경쟁하기 위해 비슷한 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고층 건물은 대부분 상업적인 이유로 생겨난 것이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오직 독재자와 공산주의 정부의 허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객실 수가 3천 개가 넘는 모스크바의 '러시아 호텔' 또는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국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이 생겨났고 평양에 위치한 류경 호텔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한 건설업체가 지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고층 건물 '스탬퍼드 호텔'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북한 정부는 1987년부터 105층짜리 류경 호텔을 지으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창문이 없으며 아무 쓸모 없는 속 빈 '유령 호텔'로 남아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호텔'과 루마니아의 '국민관'은 커다란 규모에, 엄청난 공사 비용이 들어갔지만 실용성이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답답하게 서있는 건물들의 모습이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와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의 전통적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루마니아 독재를 숭배하기 위한 '국민관'을 짓기 위해 500년된 성당과 조상의 묘까지 부쿠레슈티의 구도시 전부를 불도저로 밀어 버렸던 것입니다. 냉전시대에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는 겉으로는 노동자를 위한 '지상낙원'이라 선전했지만, 사실 안전기준까지 포함하여 노동권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독재자의 개인숭배를 위한 건물들을 짓다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수가 부족하여 군인들까지 일을 시켰기 때문에, 수백명의 젊은 군인들도 '국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 공사를 하다 희생되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보인 과대망상의 상징이었던 '러시아 호텔'과 루마니아의 '국민관'의 운명은 달랐습니다. '러시아 호텔'은 철거된 반면, 루마니아의 '국민관'은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양의 '류경 호텔' 공사도 이집트 회사 '오라스콤 텔레콤'과의 협력으로 완성될 것인지, 아니면 20년전 프랑스 업체와 협력했을 때처럼 또다른 실패를 부를지, 또한 '러시아 호텔'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루마니아 '국민관'과 같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실용성을 살리게 될 것인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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