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개성공단 정상화와 북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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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은 지난 8월14일, 당국간 7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4월 초 개성공단 근로자 5만3천여 명을 철수시키면서 2000년 8월 22일 남북 경협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업입니다. 또한 개성공단은 북한당국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개성공단 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공단 생산액은 4억6천950만달러였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의 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외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정상화는 김정은 정권하에 중요한 경제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정상화의 중요성은 경제적 의미보다 북한 당국에서 신뢰성을 찾을 수 있다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남북한 화해를 위한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했습니다. 즉, 남북한 화해와 통일로 향하는 길의 첫걸음인 신뢰를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신뢰성을 찾는 것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북한은 신뢰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지시를 받아 협상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주요 목적은 국제법과 외교 관례를 어기면서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 외교무대에서 못 지킬 약속으로 상대편을 속이는 것은 명예롭지 못하며 그 과정에서 신뢰성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1985년 핵 확산 금지 조약에 가입했으나 1993년 핵 확산 금지 조약을 탈퇴했습니다. 그 이후 북한 정부는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지만, 그 합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007년 6자회담이 진행되어 북한은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 합의도 위반하여 결국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2012년2월 29일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일시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그 합의도 위반하여 2012년 4월13일,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 3차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은 세계 외교무대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나라로서 신뢰성이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나라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환경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2008년 여름 한국관광객을 사살하고 그 이후 한국기업인 현대아산의 재산을 몰수한 북한을 외국인들에게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1976년 외채 상환을 거부한 북한은 외국인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부도난 것과 마찬가지며 투자위험도가 높은 환경입니다.

대외적으로 신뢰성이 없는 북한은 또한 내외적으로도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북한은 60년전부터 편집증에 걸렸습니다. 냉전시대에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국가 중 독재, 정치탄압과 인권유린이 가장 심했던 로므니아보다도 훨씬 더 심합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89년 12월 로므니아 인구는 2천300만명이었습니다. 그 당시 로므니아 비밀 경찰 요원 수는 1만1천여명이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인구는 약 2천400만명입니다. 북한 국가안보 요원 수는 냉전시대의 루마니아 비밀 경찰보다 20배나 더 많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 5만명, 인민보안부 21만명, 보위 사령부는 1만명이나 됩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로므니아 비밀 경찰의 밀고자수는 50만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민반' 제도에 의해 훨씬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친척과 이웃을 감시하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또는20만 여명이 재판 절차도 없이 북한의 사악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습니다.

북한은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60년동안 친척, 친구, 이웃끼리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만들며 내외적으로 불신감을 바탕으로 하며 대외적으로 국제 합의에 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신뢰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 60년간 북한의 대내외적 정책으로 봐서는 상당히 어렵겠으나 북한 당국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보장하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한국 관계자들의 신변 안전을 확실히 해주며 어렵게 이뤄진 남북 경협을 또 다른 협상용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신뢰성을 찾는 과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