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폴란드 자유노조와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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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인 1989년,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1980년에 설립된 뽈스까 자유 노동 조합이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전기기술자 출신 37세인 레크 바웬사는 뽈스까 (폴란드) 발트해안의 항구 도시 그다니스크 노동자들과 다른 뽈스까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도중 자유 노동 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뽈스까를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은 구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가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됐습니다. 뽈스까의 그다니스크 조선소 노동자들은 바웬사가 자유노조를 조직하기 이전에도 공산주의 독재와 인권 유린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 뽈스까 공산주의 정부는 전투 경찰을 보내 무차별 총격을 가해 노동자 80명 이상이 숨졌고 1,0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전기기술자이던 바웬사는 1980년 자유 노조를 설립해 공산주의 독재를 반대하던 뽈스까 애국자들의 지도자가 됐습니다. 뽈스까 자유 노조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과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면서 1981년말까지 회원 수는 9백만 명이 됐습니다.

즉, 뽈스까 인구의 약 4분의 1은 자유 노조 회원이 된 것입니다. 동시에 '농민들의 자유 노조'까지 포함해 뽈스까 곳곳에서 다른 자유 노조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뽈스까 공산주의 정부는 1981년말 계엄령을 선포해 자유 노조를 금지하고 바웬사를 체포해 1년 동안 투옥했습니다.

바웬사는 1983년 노벨평화상을 탔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외국에 나갔다가 추방을 당해 뽈스까로 다시 들어올 수 없을 것을 염려해 바웬사는 아내를 보내 그녀가 노벨평화상을 대신 받게 했습니다.

바웬사는1987년부터 1990년까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합법적이지 않은 자유 노조 임시진행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공산주의 독재를 계속 반대했습니다. 1989년말 바웬사는 제2차 대전이후 뽈스까 최초로 공산주의가 아닌 연립 정부를 조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것은 뽈스까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로 향하는 길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뽈스까에 이어 마쟈르 (헝가리)와 체스꼬슬로벤스꼬도 (체코슬로바키아) 반공산주의 무혈혁명을 일으켜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1990년말 바웬사는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 후 1995까지 뽈스까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바웬사는 쉽지 않은 전환기에 뽈스까를 지도하면서 경제 개혁의 길을 확실히 택했습니다. 바웬사는 '충격 요법'이라 불리는 엄격한 개혁 정책과 구조 조정을 추진해 뽈스까의 공산주의 중앙계획 경제를 현대적인 자유시장경제로 변화시켰습니다.

전환기는 뽈스까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충격 요법' 덕분에 뽈스까는 결국 성공했습니다. 뽈스까는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해방된 후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뤄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공산주의 시대 때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평범한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바웬사는 아직까지 세계무대에서 활동이 활발합니다. 이젠 71세인 바웬사는 세계 곳곳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벨로루씨 (벨로루시)나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 소련 독립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해 왔습니다.

바웬사와 그의 자유노조 운동은 공산주의의 허구를 세상 사람들에게 풍자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바웬사에게 용기를 얻은 로므니아 (루마니아) 노동자들은 급기야 1987년 브라쇼브라는 도시에서 반공산주의 독재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 운동은 비밀 경찰과 전투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고 수십 명이 숨지면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까지 포함해 인권을 유린해온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는 그러나 2년 뒤 1989년 말 국민의 유혈혁명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천 명 젊은이들이 희생됐습니다. 로므니아도 뽈스까처럼 1980년 초부터 자유 노조와 바웬사와 같은 인물이 있었으면, 무혈 혁명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뽈스까의 군사정부보다도 정치 탄압이 더 심하던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는 피를 흘리며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뽈스까 자유노조의 운동은 뽈스까 주민들과 다른 동유럽 사람들에게 인권과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맛을 보게 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공산주의 독재의 탄압을 직접 겪은 사람들에게 뽈스까 자유노조의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공산주의 독재 체제하에서 살다 자유를 되찾은 동유럽 사람들은 바웬사가 이끈 뽈스까 노동자들이 보여준 용기의 교훈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지 25년이 지난 지금 이제 냉전시대의 유물로 남아 있는 공산주의 독재국은 북한과 꾸바 (쿠바)밖에 없습니다. 과연 앞으로 바웬사와 같은 인물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