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국에 본부를 둔 헨리 앤드 파트너스(Henley & Partners)라는 법률회사는 전 세계 198개국의 여행자유를 평가하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영국 법률회사의 '비자제한지수'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163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해외여행의 자유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5개국에 속합니다. 안타깝게도 북한 주민들은 외국 여행에 대한 자유를 세계 최하위급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거나 비자를 공항에서 도착하자마자 받을 수 있는 나라는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 37개국의 개발 도상국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여권 신청을 하면 한국 외교통상부에서 빠른 시일 내 여권을 발급해 줍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을 방문할 수 있으며 때로는 어떤 나라를 방문할 때 비자가 필요해도 여권만 있으면 그 나라 영사관에 비자 신청을 해 여행이나 취업비자 또 사업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비싼 돈을 내는 고급 관광에서부터 학생들이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배낭 여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일부 다른 나라를 서류상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 국내외 여행의 자유가 심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권을 얻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은 바깥 세계로부터 고립된 공산주의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이동의 자유, 특히 해외 여행의 자유가 없습니다. 저는 냉전시대 때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던 루마니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비극적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현 분단 상황 때문에 사실 한국 사람들 또한 해외 여행을 자유로이 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국경에 대한 인식은 더 강합니다. 왜나하면 동, 서, 남쪽에 바다가 있고 북쪽에는 비무장지대가 있기 때문에, 육로를 통해서는 다른 나라로 갈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저의 아내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의 장인, 장모님은 유럽여행을 하시면서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도 구경하셨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시면서 그 분들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기차, 또는 자동차를 타고 육로를 통해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조국인 루마니아도 공산주의 시대 때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였습니다. 여권을 발급받는 일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거의 못하게 되어 있었고, 루마니아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직장 일 때문에 외국인을 만나야 할 사람들은 미리 비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고, 심한 감시를 받곤 했습니다.
1989년 말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루마니아의 독재자와 그의 아내가 사형을 당하고,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정권은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는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쉬티 대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루마니아가 개방되자마자 1990년 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프랑스 대학생들은 루마니아를 방문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루마니아와 프랑스는 언어와 문화가 같은 라틴계통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고, 공산주의 시대 이전에 루마니아와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동맹국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대학생들은 루마니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또 그들은 루마니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어 발전하기 전에, 다시 말해 공산주의 독재 국가의 유산이 없어지기 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목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990년 봄 수 백 명의 프랑스 대학생들이 '우정의 열차 '를 타고 루마니아까지 왔습니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숙박을 제공한 루마니아 대학생들 집에서 여러 명 씩 머물며 환영을 받았습니다. 저의 부모님 허락으로 우리집에서도 프랑스 대학생 5명과 또한 저와 같은 영어영문과 루마니아 대학생 5명이 함께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식사도 하고, 술도 같이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 만남은 저와 같은 루마니아 대학생들에게, 또 프랑스 대학생들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이야기꺼리는 아주 많았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시대 때의 추억으로부터, 대학 생활과 미래 계획 등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와 같은 루마니아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몇 개월 전까지만해도 외국인을 만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비밀 경찰의 감시 없이 외국인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공산주의 독재 하에 살던 동유럽 젊은이들은 완전히 세뇌를 당한 줄 알았었는데, 직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신들과 생각이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제관계에 있어 민간 외교의 역할은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래의 어느 날 남북한 대학생들이 기차를 타면서 북한 요원들의 감시를 받지 않고, 서로를 방문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남북한 화해와 통일, 또 북한의 경제, 정치, 사회 발전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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