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 불법 낙태시술에 의해 인명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불법 낙태시술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북한 당국은 피임기구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밀수입된 피임약과 피임기구를 구할 기회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불법낙태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혼전임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심한 처벌 때문입니다. 적절한 의료 시설, 장비와 기술 부족으로 인해 불법낙태시술 과정에서 사망한 북한 여성들의 비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유는 정보의 자유와 투명성이 없는 북한에서 불법 낙태시술 희생자에 대해 명백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를 낸 의사들이 또 다른 사고를 내게 되어 희생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냉전시대 때 북한과 상황이 많이 비슷했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1945년에 루마니아는 소련의 군화발에 짓밟혀 공산국가가 되었습니다. 1965년부터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가 되었고, 루마니아 사람들은 25년 가까이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 독재자 개인숭배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살았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의 인구는 2천3백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차우셰스쿠는 1970년대 초반부터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전 국가주석과 친숙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북한식 독재자 개인숭배에 첫 눈에 반한 나머지 커다란 건물과 '루마니아식 주체'를 위한 산업을 건설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재자와 아내인 엘레나는 루마니아의 인구를 2000년도에 3천만 명까지 증가시켜야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966년 루마니아의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인 법령을 포고했습니다. 그 법령은 루마니아의 인구와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피임을 불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루마니아 여자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명령했지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수단을 주진 않았습니다. 식량과 약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리 쉽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그런 사회에서 아이를 많이 가지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약국에서 얻을 수 있는 피임 수단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임약품이나 피임기구를 암시장에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재자는 루마니아 여성들에게 아이를 5명씩 낳으라고 명령했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5명이상 낳은 엄마들은 '영웅 어머니'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한 여성들은 임금의 10%까지 '독신세'라는 세금을 내곤 했습니다.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45세 이하인 여성들은 모두 필수적으로 한 달에 한번 산부인과 의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항상 의사 옆에는 공산당 요원이 진찰을 직접 지켜봤는데, 루마니아 여성들이 그런 요원들을 '생리 경찰'이라고 별명 지었습니다.
불법 낙태를 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적발됐을 경우 구속당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물론 불법 낙태를 하는 곳은 의료원이나 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고도 많이 났습니다. 불법 낙태를 하다 문제가 생겨 응급실에 입원한 여성들은 불법 낙태를 신고하고 검사에게 응급진료 허가증을 받은 후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66년부터 1989년까지 불법 낙태 시술을 받다가 사망한 루마니아 여성들은 9,452명이나 되었습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 사람들은 유혈 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려 지난 23년 동안 전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자유의 맛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차우셰스쿠의 '인구 증가 정책'에 의한 만여 명의 루마니아 여성들의 희생은 어두운 공산주의 독재 시대의 가장 슬픈 추억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태아를 보호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가능하다면 낙태수도 많이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성생활이나 피임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치관에 대해 먼저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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