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 RSF)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독재 체제와 독재자 개인 숭배를 비판한 혐의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조선중앙텔리비전과 조선중앙통신 언론인이던 김경천씨와 차광호씨가 2001년 요덕 수용소에서 사망했습니다. 사망때 카메라 기자였던 60세인 김경천씨와 기자였던 65세인 차광호씨의 유일한 죄는 북한의 사악한 인권 유린, 특히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비판했다는 것입니다.
정치 탄압, 인권 침해와 독재자 개인숭배가 없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표현의 자유는 아주 귀중한 인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전사들은 바로 언론인들입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을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수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워싱턴디시에는 의미 깊은 박물관들과 기념관들이 많습니다. 이들 박물관중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기념하는 '뉴지엄,' 즉 '언론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뉴지엄'은 세계 최대의 언론 박물관입니다. 얼마전 '뉴지엄'을 방문했는데, 14개 전시관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계 기자들의 기념관'이었습니다. 이 기념관은 1837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보도하다 사망한 기자들의 희생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기자들의 기념관'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였습니다. 희생된 약 2천 명 기자들의 이름, 사망년도와 나라가 연대순으로 높고 얇은 유리벽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계 기자들의 기념관'에는 지난 173년 동안 취재 중 희생된 기자 명단이 있는데, 1989년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체제의 와해에 대해 보도하다 사망한 기자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1989년 12월 냉전시대 동유럽 나라들중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유혈적 반공산주의 혁명을 보도하다 사망한 특파원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언론의 자유를 기념하는 '뉴지엄'에는 동서독과 동서유럽의 분단을 상징하던 베를린의 장벽 한 부분과 베를린 장벽의 관찰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가끔 여유가 좀 있을 경우 '뉴지엄'과 '세계 기자들의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을 즐기곤 합니다. 공산주의 독재의 정치 탄압과 인권 유린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베를린 장벽의 유물을 볼 때마다 자유를 찾으러 장벽을 넘다 총에 맞아 사망한 동독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베를린의 장벽과 관찰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의 유물로 남아 있지만, 안타깝게도 쿠바나 북한과 같은 나라의 정치 탄압과 인권 유린은 여전히 국민들의 일반 생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0년 5월초에 공개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175개국중 세상에서 언론을 가장 탄압하는 나라는 아프리카 에리트리아,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버마, 쿠바, 동남 아시아의 라오스, 중국, 의 순서입니다.
인권 유린과 정치 탄압을 겪다 해방된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는 꽃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도 공산주의 독재시대에 언론의 자유는 없었습니다.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텔레비전 중앙방송에서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숭배하는 방송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주로 독재자를 숭배하는 기사만 나오곤 했습니다.
정치 탄압, 인권 유린과 비밀경찰의 엄한 감시 때문에, 루마니아 기자들은 일을 제대로 못하고, 공산당 간부들이 시키는 대로만 글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신문은 독재자를 숭배하는 기사들로 가득 찼지만, 그런 내용이 너무나 지루하여, 사람들은 스포츠에 관한 기사만 읽곤 했습니다. 물론 스포츠 분야에서도 루마니아 운동선수들이 우수한 결과를 얻었을 경우 오로지 위대하신 지도자 덕이라는 찬양의 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후 루마니아의 언론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처음에 기자들이 글을 자유롭게 쓰면서 사람들에게 몇 십 년 동안 전달해주지 못한 공산주의 정부의 어두운 비밀을 폭로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조사 보도는 많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 내 수천 개의 신문과 잡지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되찾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와 그의 아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21년 후 루마니아의 언론은 더욱더 발전했습니다. 신문 기자들은 루마니아의 활발한 정치 무대에서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효과적인 시사 보도를 통해 부패와 범죄를 폭로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통해 이뤄진 언론의 발전은 해방 후 루마니아와 다른 동유럽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 진보를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탄압과 인권 유린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에서 인권 침해, 정치 탄압과 독재자 개인 숭배를 비판하여 정치범수용소에서 희생된 김경천씨와 차광호씨의 이름이 워싱턴의 '뉴지엄'에 있는 '세계 기자들의 기념관'에 새겨지게 될 것이고, 어느날 북한도 자유를 되찾아 독재 시대 때 희생된 용감한 사람들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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