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의 AP 통신사는 평양 동물원의 담배 피우는 침팬지에 대해서 보도했습니다. 그 보도를 보고 여러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 측의 동물학대'라고 하며 북한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금연 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북한 관람객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담배 골초인 침팬지가 많이 흥미로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의식이 강하며 금연 운동이 활발한 나라 주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침팬지에게 담배 피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동물학대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북한의 소식통에 따르면 흡연율이 매우 높은 북한에서 약 5년전부터 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전자담배는 연기가 나지 않으며 니코틴이 증기 상태로 흡수됩니다. 그러므로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자 담배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북한의 장마당이나 암시장에서 팔리며 여유가 있는 간부들이 뽐내며 즐기는 기호식품입니다.
전자담배가 북한에서 생산되진 않지만, 사실 북한산 담배는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어 왔습니다. 북한은 일본산, 또 미국산 담배를 연간 5-7억 달러어치 가짜로 제조해 해외에 밀수출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북한산 가짜 담배는 주로 대만, 필리핀과 베트남, 즉 윁남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중국을 통해 일본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밀수품이 흘러 들어가며 한국에서도 아주 싼 가격에 유통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 정부가 가짜 담배 생산과 밀수출을 통해서 벌어들인 외화는 수뇌부와 군부가 쓰고 있다고 세계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경제가 워낙 폐쇄됐기 때문에, 북한의 담배 공장들의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짜 담배를 어디에 어느 정도 밀수출하는지, 또 북한 사람들이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남자들은 한국보다 담배를 훨씬 더 많이 피운다고 합니다.
한국, 북한, 중국, 일본까지 포함해 동양 남성의 흡연율이 높은데다 북한 남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치적인 탄압을 견디기 위해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통계가 없어서 북한 남성의 흡연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탈북자들에 따르면 60%가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보건당국의 홍보로 흡연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나온 '세계 담배 지도'를 보면 세계 각국의 흡연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지도를 보고 제가 10년 동안 거주하던 한국과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공통점을 하나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 담배 지도를 보면 루마니아도 아시아의 한국, 중국, 캄보디아 즉 캄보쟈와 몽골처럼 남성 흡연율이 높습니다. 10년 전 유럽에서 남성 흡연율이 60%가 넘는 나라에는 루마니아, 알바니아, 터키, 리투아니아와 러시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특히 루마니아와 리투아니아와 같은 유럽연합에 가입한 동유럽국가와 세계경제 강대국인 한국에서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 규정과 한국 규정에 의해 공공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또는 루마니아의 경우엔 사람들이 공산주의 시대와 달리 해외여행을 하면서 금연이 지켜지는 공공장소가 얼마나 깨끗한지 알게 되고 귀국해서 고향에서도 금연 식당과 커피 점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루마니아는 자유경제 사회 안에서 담배 수입을 많이 하는데다 유명한 외국 담배 업체들도 루마니아 공장에 직접 투자해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옛날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도 북한처럼 고위층이 피우는 담배와 일반인들이 피우는 담배가 달랐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질이 안 좋은 루마니아산 담배를 피우고, 공산당 간부들은 외화 상점에서만 살 수 있는 외제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또 외화 상점에 드나들 수 있는 간부들은 외제담배를 구입해 암시장에 되팔기도 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자마자 루마니아 민주주의 사회가 태동하기 전에는 금연운동 단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시대보다도 흡연율이 많이 증가됐습니다. 이젠 루마니아의 흡연율도 소비자, 국내와 외국 담배 업체, 금연운동 단체, 흡연자 권리 보호 단체, 또 보건복지부와 같은 정부 기관의 노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각계의 공동 노력으로 흡연율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공공장소에는 금연 구역이 많이 생겼고, 남성 흡연율은 높아도 청소년 흡연율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마니아가 정치와 사회 개혁 없이 담배 시장을 개방했으면 흡연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보건 문제를 야기했을 것입니다. 북한도 루마니아의 교훈을 보면 배울 게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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