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작은 불꽃이 대화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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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재는 2011년을 '중동 해방의 해로' 기록할 것입니다. 북한에서 '뜌니지'라 불리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튀니지에서 벤 알리 대통령의 24년 독재가 2010년12월말 시작된 대규모 시위에 의해 2011년 1월 무너졌습니다. 국제언론은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 반 독재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한국어로 '말리화'라 부르는 재스민은 튀니지에서 가장 흔한 꽃입니다.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된 튀니지 국민의 시위는 한 젊은이의 희생으로 독재자를 무너뜨린 대혁명으로 변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학비를 벌기 위해 과일 장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 경찰은 부아지지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장사를 했다는 이유로 그가 팔던 과일을 압수했습니다. 좌절한 부아지지는 고향 시청 앞 도로에서 기름을 끼얹고 분신 자살했습니다. 부아지지의 희생으로 시작된 대규모 반독재 시위는 튀니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번졌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로 번졌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에서도 반독재 혁명이 일어나 8개월동안 내전이 일어났으며 결국41년동안 정권을 잡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도2011년 10월 20일에 시민군에게 붙잡혀 총살을 당했습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휘몰아치며 튀니지의 벤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은 1989년에 일어난 동유럽 나라들의 공산주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과 비교됩니다.

1989년 반공산주의 독재 혁명과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의 공통점이 있다면 몇 십 년 동안 주도권을 잡던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는 1989년에 구 소련과 동유럽을 전공으로 하던 전문가들과 2010년에 중동전문가들은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그러한 대규모의 반체제 운동이 일어날 것과 독재 체제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또는 특히 튀니지와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혁명을 비교하면 작은 불꽃이 대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 경찰이 서부에 있는 티미쉬아라라는 도시에서 반체제 인사이던 개신교 목사를 다른 도시로 강제로 이송하려다가 그 목사를 보호하려던 신자들에 의해 소규모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그 소규모의 시위는 전국으로 번져 결국 24년동안 정권을 잡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튀니지의 경우에도 한 젊은이의 희생으로 시작된 반체제 운동이 다른 중동 나라로 번져 튀니지, 이집트와 리비아의 독재체제들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루마니아와 리비아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시민들이 반체제 대혁명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사임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절대적인 세력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89년말에 동유럽 공산권 나라들의 지도자들 중 군사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한 사람은 차우셰스쿠밖에 없었습니다. 또 루마니아에서 공산주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중동 지도자들 중 자신과 가족이 잡고 있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8개월동안 내전, 전범과 많은 인명을 살상한 카다피는 결국 시민군에게 총살을 당했습니다. 유혈적 혁명을 통해 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루마니아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향하는 전환기는 결국 성공했지만, 다른 동유럽나라들보다 그 길이 더 길고 더 어려웠습니다. 카다피 이후 리비아의 전환기도 이집트와 튀니지보다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 문화, 가치관과 종교가 다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동유럽 나라들과 튀니지, 이집트와 리비아의 전반적인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 탄압과 감시에 의한 공포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국민의 자유투표를 통해 정권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 의사가 아닌 공포를 통해서 정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그 공포를 극복한다면 이세상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독재자는 없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폭력을 통해서 세력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독재자들의 경우 체제를 유혈적 혁명을 통해서 무너뜨릴 수 밖에 없으며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화해의 길이 없으며 독재자가 시민군이나 군인들에게 붙잡혀 비참한 말로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과 1989년에 반공산주의 독재 혁명은 차이점도 있습니다. 1989년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동유럽 사람들은 대안이 분명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1989년 이후 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정치를 선택했습니다. 또 동유럽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유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선택하고 비합리적인 공산주의 중앙계획경제를 포기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즉 민족 정체성과 종족 충성이 같이 존재하는 이슬람 세계의 종교, 정치, 사회 문제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이집트와 리비아 사람들에게 22년전 동유럽처럼 분명한 대안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튀니지에서 작은 불꽃으로 시작된 용기 있는 시민의 대규모 민주화 운동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졌다는 것이 자유를 되찾으려는 첫 단계입니다. 중동나라들도 동유럽 나라들처럼 일인독재를 무너뜨린 후 자유, 번영과 평화를 보장하는 체제로 전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