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은 인류 역사상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공산주의 독재 세계를 나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11월 초만 되면 저는 25년 전의 1989년 가을이 생각납니다. 그해 독일은 분단 40년 만에 통일되었고 다른 동유럽 공산주의 나라들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로므니아, 벌가리아, 마쟈르, 뽈스까, 체스꼬슬로벤스꼬와 같은 동유럽 나라들은 냉전 시대 때 북한과 관계가 아주 가까웠습니다.
그때 저는 로므니아의 부꾸레쉬띠 대학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차우세스쿠 독재 정부의 언론 검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국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바깥 세계의 소식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전력난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텔레비전 방송국도 매일 저녁 2시간밖에 방송하지 않았고, 그 짧은 시간에 방송된 것도 주로 로므니아의 독재자와 관련된 뉴스와 독재자와 아내를 찬양하는 연주회나 독주회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 9월부터 로므니아 사람들도 동구권에서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므니아 사람들은 그나마 단파를 통해 들여오던 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바깥세계의 소식을 들으면서 로므니아도 어쩌면 개방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로므니아 주민들은 언론 검열 때문에 텔레비전을 통해 독일 통일의 현장을 볼 수는 없었기에 망치를 들고 베를린의 장벽을 무너뜨린 서로 하나가 된 독일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지 25년후인 지금 로므니아, 마쟈르, 벌가리아, 체스꼬와 뽈스까와 같은 동유럽 나라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유럽연합 가입국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나라들은 지난 25년 동안 공산주의 시대 때처럼 한 독재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 투표를 통해 주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을 선거로 뽑고 있습니다. 그 모든 나라들의 자본주의 경제는 지난 25년 동안 공산주의 독재의 비효율적인 중앙경제계획이 아닌 수요와 공급, 자유시장 원칙에 의해 움직입니다.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현재 한국은 공산주의 시대 서독처럼 경제 강대국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상황이 어려웠던 동독보다도 경제상황이 훨씬 더 열악합니다. 또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의하면 북한의 인권 침해가 반인륜 비인간적 범죄에 해당될 정도로 옛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더 심합니다.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도 같은 민족인 한국처럼 5천년 넘은 전통, 문화와 문명을 가진 나라입니다. 북한도 평화로운 정치, 경제, 사회 개혁 정책을 이끌어 민주주의, 자유경제와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도 한국처럼 21세기 문명국답게 모든 도전을 극복하고 지구촌인 세계화 시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북한은 기원후 914부터 1910년까지 한 정치체제 하에서, 한 나라에서 살던 한 민족입니다. 25년 전 동서독의 통일을 기념하며 동서독의 통일로 유럽의 선례가 없는 통합 과정이 이뤄졌듯이, 남북한의 통일로 동북아시아에서도 그러한 과정이 가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