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운명의 포로, 독재자의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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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련의 악명 높은 독재자 스탈린의 딸 레이나 피터스 (Lana Peters)로 알려진85세 스베틀라나 알리루예바(Svetlana Alliluyeva)가 미국에서 사망했습니다. 알리루예바는 6살 때 엄마가 자살한 이후로 어렸을 때 아버지와 아주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이 되어 아버지가 스베틀라나의 첫번째 남자친구인 러시아계 유대인 영화감독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낸 뒤 스베틀라나와 아버지의 관계는 악화되었습니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13년후인 1966년에 첫째 남편인 인도 출신 브리제쉬 싱(Brijesh Singh)이 사망한 후 남편의 재를 뿌리려고 인도로 갔다가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스베틀라나는 소련에서 세 번 결혼했고 미국에서 윌리암 웨슬리 피터스(William Wesley Peters)라는 건축가와 결혼해서 올가(Olga)라는 딸을 낳았습니다. 스베틀라나는 망명한 후 아버지인 스탈린의 사악한 공산주의 독재체제와 개인 숭배를 비판하는 네 권의 책과 많은 글을 썼습니다.

스베틀라나의 형제들의 이야기도 비극적이었습니다. 스탈린의 큰아들인 야곱은 제2차 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 생포되었습니다. 아들이 포로로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독일 군은 포로 교환을 하자고 제의 했지만 스탈린은 "포로란 없다. 배신자만 있을 뿐이다"고 하며 거절했습니다. 얼마 후에 스탈린의 아들은 자살했습니다. 또 그의 작은 아들 바실리는 40대 초반에 알코올 중독 때문에 사망했습니다.

다른 공산주의 독재자들의 자녀들도 '운명의 포로'로 인생을 살았습니다. 쿠바 공산주의 독재자인 카스트로의 딸인 알리나는 스탈린의 딸처럼 외국으로 망명한 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토론회나 연설을 통해 아버지의 잔인한 독재 체제와 쿠바의 인권 유린을 반대했습니다 .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아내 엘레나는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첫째 아들과 딸은 정치와 거리가 있었지만 막내 아들은 달랐습니다. 막내 아들 '니쿠'는 공산당 청소년회장으로 활동해 많은 국민은 그가 체우체스쿠의 뒤를 이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니쿠는 다른 독재자 자녀처럼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는 술고래인데다 특히 성폭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인권 유린에 식량 부족, 전력난이 심하던 루마니아에는 그가 권력을 세습하면 차우셰스쿠 때보단 생활수준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니쿠는 교육도 많이 받고 젊어 바깥 세계의 변화상을 아버지보다 더 소상히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정수행도 매끄럽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

그러나 이런 국민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차우셰스쿠의 막내 아들은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80년대 후반 반공산주의 혁명이 국내에서 일어나자 혁명에 가담한 민간인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했습니다. 결국 그는 민간인들과 루마니아군에 의해 생포되어 나중에 재판을 받았습니다. 니쿠는 재판에서 자신이 민간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을 때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재판을 받았지만 건강이 안좋아 감옥에 가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지난 1996년 9월 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독재자들은 국민의 고통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지배하면서 늘상 자신들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있습니다. 커다란 궁전과 우상을 세워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다거나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이나 유고의 티토, 북한의 김일성처럼 사후 자신의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 것, 그리고 세습 체제를 이루려고 했습니다.

세계 독재자들의 자녀들을 살펴보면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차우셰스쿠의 막내 아들처럼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도 강간과 살인 사건을 많이 일으켰습니다. 그 밖에 제2차 대전때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이던 무솔리니의 아들은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훈련 비행중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중국의 독재자이던 모택동의 큰 아들은 한국전이 일어난 1950년 소이탄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버지 뜻 때문에 희생된 경우입니다.

북한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는 1948년부터 현재까지 63년이나 지속되었으며 이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셋째 아들인 김정은에게 주도권을 넘기려는 제3대 권력세습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많은 세계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은 북한의 제3대권력세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독재자들의 자녀들도 선택의 길은 있었습니다. 때론 아버지보다도 권력을 남용해 인생을 비참하게 마감하는 경우가 있고, 국외로 망명하여 독재체제를 비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아버지의 야망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면 독재자의 자녀가 훗날 지도자로 나서 인권 유린을 없애고, 국가적 개혁을 통해 국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