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올해 2월16일 칠순을 맞이할 김 위원장은 지난 2년반동안 건강이상설이 많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노동당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중앙위원으로 임명해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조선노동당을 공산당도 아닌 김씨 일가의 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김일성 당으로 규정했습니다.
해마다 2월 16일 김 위원장의 생일로 북한 전역에서는 축하 행사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을 위해서 평양시 청년학생들은 김일성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갖습니다.
또 북한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 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를 헌화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별로 예술공연과 체육경기를 가집니다. 2월16일에 북한 조선중앙TV와 언론은 김 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 초첨을 맞춰 방송과 기사를 편성하며 다양한 행사 소식을 소개합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독재자 숭배와 독재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국민의 대축제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독재를 경험했던 저와 같은 사람은 김 위원장을 위한 온국민의 대축제와 같은 독재자 개인 숭배의 표현을 잘 알고 있습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김 위원장은 똑같이 개인 숭배, 인권유린, 고립주의에 의한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 정치 탄압과 비밀 경찰의 감시 등으로 점철된 독재정치로 유명합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루마니아는 차우셰스쿠의 생일인 1월26일을 온국민의 대축제로 여겼지만, 독재자 개인 숭배가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처럼 공휴일로 정하진 않았습니다. 독재자의 표현에 의하면 기념할 만한 일이 있어도 열심히 일을 하면서 기념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독재자를 숭배하면서 독재자 개인 숭배를 위한 대광장, 대거리, 커다란 건물과 궁전을 짓기 위해 모두다 복종하여 일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에서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중앙TV 방송도 하루에 두 시간만 방송하였습니다. 그것 또한 북한처럼 독재자의 생일에 독재자를 위한 독주회, 무용회와 음악회만 방송되곤 했습니다.
차우셰스쿠 생일에 루마니아 곳곳에서 강제로 모인 어린이들, 청소년들과 어른들은 박수를 치면서 그를 숭배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독재자를 숭배했지만,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살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독재의 선전을 믿지 않았습니다.
특히 1980년대 말 소련과 다른 동유럽나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루마니아에서만 유독 독재자를 스탈린 시대처럼 숭배해야 했기 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차우셰스쿠 독재하에서는 자유민주주의로 향하는 변화가 분명히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화로운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루마니아에서는 반공산주의 유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독재체제가 무너지자, 권력세습을 준비하는 중이던 차우셰스쿠는 결국 큰아들인 '니쿠'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못했습니다.
지난9월28일 북한 노동당대표자회가 개최되기 직전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은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은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겸임발령되면서 김정은 정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을 보호할 인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을 굶기고 탄압하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을 '영원한 국가주석'으로 기념하고 김 위원장을 숭배하며 3대 권력세습까지 이루려는 북한이 인류역사상 민주주의와 거리가 가장 먼 국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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